Day 2. 여유로움 (3)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카운터에 맡겨둔 짐을 찾고 다시 체크인을 했다. 형이 방을 두 개를 잡아주었다. 내게 엄청난 방을 양보해 주었다. 내 인생에서 역대급 뷰와 방 크기였다. 분명 혼자 사용하는 방은 아닐 텐데... 나는 그 방을 혼자 누렸다. 호사였다. 적당한 크기의 테라스는 바다에서나 볼 수 있는 호수의 윤슬을 감상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몇 십 분을 ‘우와’ 거리면서 여기저기 사진을 찍어대었다. 그리고 약속이나 한 듯이 잠시 낮잠을 자기로 했다. 드넓은 침대에서 푹 자고 일어난 나는 곧장 테라스부터 나갔다. 해가 떨어지려 했다. 서둘러 가야 했다.
마리아나 리조트로 갔다. 꽤 좋은 호텔이었는데, 이곳에 루프탑이 있었다. 호텔 카운터를 통과해 왼쪽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로 올라갔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대부분 화교로 보였다. 계속 지나쳐 안쪽에 있는 커다란 자리에 앉았다. 달랑 두 명인데, 거의 8인용 테이블이었다. 눈치를 보았으나 아무도 눈치를 주지 않았다. 서버가 와서 주문을 받았는데, 주문은 안 받고 QR 코드 한 장을 주었다. '아, 여기는 이렇게 주문하는 거구나!' 일단 칵테일 먼저 주문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칵테일이 나왔다.
해는 딱 알맞게 떨어지고 있었으나, 아쉽게도 날씨가 급격하게 안 좋아졌다. 그럼에도 기분은 최고였다. 음식도 여러 가지 시켰다. 일본풍의 음식이 주를 이루었는데, 그것 또한 신기한 일이었다. 루프탑 중앙에서는 공연을 시작하려 했다. 어느 밴드가 노래를 불렀는데, 잘 부르더라. 가끔 나오는 아는 팝송에 귀를 기울여 들었고, 음악에도 빠져 들었다.
사방이 깜깜해졌다. 황홀했던 저녁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려 했다. 오늘도 역시 산책을 할 겸 걷기 시작했다. 술 생각이 나서, 소주 파는 집을 여러 곳을 찾았으나, 정말 찾기 어려웠다. 간신히 한 곳을 찾아, 비싼 돈을 주고 소주 몇 병을 사, 내 방으로 왔다. 이참에 인도네시아 라면도 먹어봐야겠다는 심산으로 라면을 끓였고, 테라스에서 형과 함께 마셨다. 옆집은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술잔을 홀짝 거리며 생각했다. 오늘 하루 종일 어떤 마음으로 돌아다녔을까.
술김에 든 생각은 아니었지만, 나는 형과 같은 성격이 좋았다. 그 사람의 마음이야, 내가 어떻게 다 알지는 못한다. 그러나 적어도 내가 느끼는 그 사람의 모습이라는 게 때론 내겐, 그 사람의 전부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형은 참 여유로운 사람이었다. 꼬인 것도 별로 없는 그런 사람. 현지 사람들도 각각의 부족들마다 다르겠지만, 대개 여유로워 보였다. 내 마음이 그렇지 않아서 모든 사람이 그렇게 보인 것일 수도 있다. 원래 무엇이든지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불이 환하게 켜진 호수 주변을 바라보았다. 내가 전날 묵었던 방 앞에는 한 무리가 즐겁게 놀고 있었다. 건너편 오두막에서는 춤을 추고 있었다. 옆쪽 테라스에서는 갑자기 웃통을 벗고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모두 다 각자의 방법대로 이 호수 위에서 여유로움을 즐기고 있었다.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이것이 내가 즐길 수 있는 최대한의 방법일까. 도전하고 싶지만, 도전하지 않는 용기 없음과 여유롭기를 바라지만 늘 분주한 이 양가의 태도는 변화의 조짐일까, 아니면 거부 반응 같은 것일까. 시끄러운 내면의 상황은 나만 볼 수 있으니, 다른 사람들이야 나의 고민들과 상태를 말하지 않는 한 모른다. 나 역시 그 형의 마음을 알 수 없다. 그러나 내가 당신처럼 되고 싶은 순간이었다. 선택도 빠르고, 늘 급하지 않는.
여유로움이 있는 그런 모습으로 하루만 살아보고 싶었다. 딱 하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