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3. 불편함(1)
역대급 방에서 아침을 맞았다. 문을 조금 열어 놓고 잤는데, 첨벙첨벙하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아침부터 호수에 뛰어들어, 수영을 하고 있는 멋진 사람들이 있었다. 커튼을 다 열고 아침을 온몸으로 맞이했다. ‘형은 일어났을까.’라는 생각은 금방 지나쳐 일단 나갈 준비를 해야 했다. 이제 여기를 떠나야 했기 때문이다. 브라스따기라는 동네로 가야 하는데, 엄청 높은 곳에 있는 지역이다.
안 그래도 무거워진 캐리어에 어제 시장에서 산 것들을 간신히 쑤셔 넣음으로 갈 채비를 마쳤다. 그때 밖에서 노크소리가 들렸다. 형이었다. 아방이 짐을 같이 날라주었다. 차에 싣고 난 뒤 어제 맛있게 먹는 조식을 또다시 즐기러 갔다. 어제 먹고 오늘 또 먹는데, 왜 그렇게 맛있는지 모르겠다.
잠시나마 정들었던 토바호수를 떠날 때가 왔다. 짧은 시간 동안 호수에 괴로운 마음들과 여러 질문들을 많이 던져두었기 때문에,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떠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원래는 익숙한 곳을 다니면서 고민들을 던져두었다. 하지만 이렇게나 낯선 곳에서 익숙한 행동을 했다는 게 토바호수가 얼마나 좋은 곳인지 다시 한번 알게 해 주었다. 물론, 살면서 이보다 더 멋있는 호수를 만날 기회는 얼마든지 있겠지만, 이때의 감정과 이곳의 경험과 이곳의 분위기만큼은 잊지 못할 것은 분명했다. 혼잣말로 짧게나마 호수에게 인사를 건네고 다시 반짝거리는 차에 올라탔다.
토바 호수에 도착할 때, 동쪽으로 왔기 때문에 배를 타고 사모서(Samosir)섬으로 왔다. 갈 때는 섬 서쪽으로 나갔다. 다리(Aek Tano Ponggol Bridge) 하나가 있어 차를 타고 넘어갈 수 있었다. 이 다리는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중에 조사하면서 알게 되었다. 지역을 구분하는 역할도 하며 사모서 섬에서 육상으로 나올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도 했다. 생긴 것은 그렇게 특별하지는 않았다. 현수교야 한국에서도 많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특이한 것은 도로는 겨우 차가 왕복할 수 있는 정도였으나, 오히려 그에 비해 인도가 넓어서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 유명 스팟이라는 것이었다. 시간이 없어 내려서 찍지는 못했는데, 생각보다 다리가 주변 환경이랑 잘 어울렸다. 혹시나 여기를 다시 지나가게 된다면, 반드시 찍으리라.
사모서섬을 빠져나온 뒤 시베아베아 언덕에 있는 예수상(Patung Yesus, Bukit Sibea-bea)을 보러 갔다. 메단에 가기 전에 찾아봤었는데, 완공된 지 얼마 안 되었더라. 좁고 험한 길을 따라 몇 개의 산을 돌다 보니 저 밑에 예수상이 보였다. 안타깝게도 좁고 험한 길을 돌 때마다 아이들이 교통정리를 해주었다. 그리고 얼마의 돈을 걷는다. 예수상이 멀리서 보이는데도 엄청 커 보였다. 이슬람 국가임에도 비교적 기독교 인구가 높은 이 지역이기에 가능한 구조물일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생각보다 깔끔하게 잘 되어 있는 주차장에 주차를 했다. 아직 공사가 덜 되었는지 올라가는 길에는 가드레일 공사를 하고 있었다. 오른쪽 집에서는 예배를 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하나도 알아듣지는 못했다. 사람들이 정말 많이 있었다. 무슬림들도 와 있었다. 여기저기 낯선 한국인에 관심을 가지는 듯했다. 예수상이 거대한 팔을 벌려 온 산을 안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만약 그 생각이 든다면, 건축가의 의도를 잘 파악한 것이다.
예수상 가까이 가고 싶었는데, 신을 벗고 들어가야 해서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았다.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엄청 커서 옷 주름 하나까지 잘 보였다. 여기저기 단체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다시 출발을 했다. 한참이나 갔음에도 아직도 예수상이 보였다. 마음 한켠으론, 이 지역 신앙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평안이 있기를 빌었다. 그리고 나에게도 여러분에게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