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섦에 대한 나의 고찰

Day 3. 불편함(2)

by 이뉴

계속해서 브라스따기로 갔다. 산이 정말 험해서 사람 죽어나가도 모르겠다고 했더니 정말 그렇다고 했다. 메단에 내려와 형 아버지께 들었는데, 실종자가 정말 많다고 하셨다. 그래서 이 산을 떠올렸더니 그럴 수 있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차는 많이 막히고 갈 길이 멀어 끼니를 무시하고 가려고 하니 여간 배가 고픈 게 아니었다. 아틀란타라는 이름을 가진 식당을 찾았다. 생각지도 못한 뷰와 맛까지 겸비한 식당이었다. 아마 다운타운에 있었다면 조금 비싼 식당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그렇게 싼 편은 아니긴 했다. 저 멀리, 시나붕 화산(Gunung Sinabung)이 보였다. 바람도 많이 불었다. 냅킨이 사방으로 날아가 버렸다. 고지대인 것을 못 느꼈는데, 여기가 해발 1300m쯤 되었다. 상당히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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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일정 중에 하나가 시피소-피소 폭포(Air Terjun Sipiso-piso)를 보는 것이었다. 시피소-피소 폭포 방문기는 길어서 다음으로 넘길 수밖에 없었다. 폭포 방문을 마치고 나와서 이제 정말 브라스따기로 부리나케 달려야 했다. 차가 막히는 것을 보니 시내에 도착한 모양이었다. 얼른 호텔로 가서 체크인을 했다. 인도네시아어를 잘하는 형을 보고 신기해하는 카운터 직원을 뒤로 한 채 직원 안내를 받아 방으로 갔다. 짐부터 풀고, 잠시 쉬었다. 여간 피곤한 게 아니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배가 고파서 저녁을 먹으러 나가야 했다. 오늘의 식당은 'Jabu Berastagi'라고 부르는 식당이었다. 특별히 찾아서 간 것은 아니었다. 호텔 앞에 있어서 가보았다. 하지만 웨이팅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빗방울은 조금씩 떨어지고 있는데, 20~30분 정도 기다려야 했다. 식당 정원에 캠프파이어장 비슷하게 불멍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잠시 멍 때리고 있으니 우리 차례가 되었다. 가볍게 칵테일 두 잔 시키고, 메인으로 싸떼(Sate : 꼬치)도 시켰다. 우리나라 양고기 구워 먹는 판과 비슷한 통이 통째로 나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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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형 핸드폰이 울렸다. 뭐라 뭐라 하더니 접촉 사고가 났다고 부리나케 나갔다. 이 많은 음식을 두고, 이 낯선 곳에서 나를 혼자 두고 가다니, 참으로 괜찮았다. 형 없을 때 점원에게 이것저것 물어볼 수 있었다. 음식도 추가로 하나 더 시켰다. 당연히 대화는 안 되었지만, ‘풋’하고 한 번 웃을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되었다. 몇 분 있다가 형이 잘 처리하고 왔고, 같이 식사를 이어갔다. 토바 호수에서 만난 루프탑 식당보다 맛은 더 좋았다. 분위기는 각자의 매력이 있어서 무엇이 더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겠더라.




식사를 마친 후 내가 제일 하기 싫었던 온천(Air Panas)을 가야 할 시간이 되었다. 브라스따기는 온천으로 매우 유명한 동네였다. 우리나라의 대중목욕탕 같기도 했고, 무엇보다 노천으로 이루어진 곳이 많았다. 사실, 이런 것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고,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편견도 살짝 들어가서 그런지, 몹시 불편했다. 하지만 형은 멱살을 잡고 온천으로 끌고 갔다. 그날따라 무슨 일인지, 온천을 찾는 현지인들이 엄청 많았다. 금방 도착할 줄 알았던, 온천 가는 길이 생각보다 길어졌다. 차가 상당히 막혀서 1시간가량 걸려서 온천에 도착했다. 역시 그 온천도 사람이 많았다. 이곳 사람들은 온천을 가는 게 특별한 일이라고 했다. 알고 보니 그다음 날이 휴일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온 가족들과 함께 나왔다고 했다. 유황 온천을 눈으로 처음 보기도 했지만, 낯선 풍경에 선뜻 발도 담그기 어려울 것 같았다. 멱살 잡고 끌고 온 형을 생각해서, 그리고 낯선 곳까지 여행 와서 경험하지 않고 돌아가는 것은 자존심도 상하는 일이라 그냥 풍덩 빠졌다. 어우, 세상 좋더라. 잠시 후 아방도 오시더니 잘 즐기시더라. 사진도 찍어주시고, 본인도 찍어달라고 하시더라. 참 재밌는 분이었다. 솔직히 아방 덕분에 유쾌했던 적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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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마무리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노곤해진 몸을 이불속으로 들이밀었다. 한 모금의 담배 연기만큼의 짧은 생각 후 잠이 들었다.




낯섦은 참 불편하다. 그리고 긴장을 하게 만든다. 그래서 가끔은 거부감도 들고, 찡그린 표정을 지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낯섦은 결국 극복하고 나면 내 것이 된다. 특히, 느껴보신 분들은 알겠다만, 여행지에서 만나는 낯섦은 생각보다 큰 공포로 다가오기도 한다. 하지만 경험하고 난 후 만나는 낯선 일들은 낯설지 않게 된다. 고작 한 번 해본 경험이어도 인식이 변하게 된다. 처음 와 본 나라에서 입국심사장부터 느꼈던 당혹감은 온몸을 짜릿하게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살면서 보지 못했던 여러 환경들을 보면서도 그렇게 느껴졌다. 하지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면서 눈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그저, 우리 동네 같은 느낌도 들었다.


높은 지대에 오니 긴장이 더 풀렸다. 이제 낯섦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이곳 사람들, 공기, 환경들이 익숙함으로 되돌아 나에게 부딪힌다. 그 기분이 좋아졌다. 스쳐 지나가는 생각으로 “한국이 싫어서”라는 책 제목이 떠올랐다. 나도 떠나고 싶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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