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괴로움으로 돌아가는 발걸음

에필로그

by 이뉴

7월 즈음에 예매할 때 돌아가는 비행기가 이른 오후였다. 몇 주 전 갑작스레 항공편이 변경되면서 싱가포르를 경유해서 가야 하는 것으로 비행 편이 바뀌었다. 럭키비키이긴 한데, 저녁 비행기로 바뀌었고, 경유 시간은 더 짧아져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아니나 다를까. 메단에서 비행기는 연착이 되었고, 창이 공항에서 5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멘탈이 나가버렸다. 겨우 정신을 차려보니 다행히도 환승 게이트가 가까웠고, 바로 탑승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몇 분 후 바로 이륙을 했다. 낯선 곳에서는 잠을 잘 못 잔다. 다른 사람 차를 타거나 버스를 타도 쉽게 잠에 들지 못한다. 비행기도 마찬가지다. 메단에 올 때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하지만 갈 때는 와인 한 잔 마시고 뻗어버렸다. 모든 긴장이 풀려서 그랬을까.


식사 시간이 되어 겨우 일어났다. 사실 옆자리 싱가포르 아저씨가 화장실 간다고 깨웠다. 그랬더니 창가에 앉아 있던 금발 미국 아줌마도 나가더라. 들어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두 가지 언어도 고맙다는 말을 듣고 앉았다. 곧 식사가 나왔다. 고를 게 많았는데, 그냥 아무거나 달라고 했다. 뭐든 말레이시아 항공보다는 맛있겠지.

식사를 하고 급격하게 우울해졌다. 조금 뒤면 나는 일상으로 돌아간다. 나의 일상이란 괴로움이다. 괴로움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누구나 하기 싫은 일이다. 그러나 일상이라는 게 늘 그렇듯 돌아갈 수밖에 없으니 안타깝다. 개운하게 자고 일어났지만, 급격하게 피곤해지기 시작했다. 마음이 감정이 이래서 무섭다. 이렇게나 순식간에 사람의 육체를 지배한다.


공항에 도착해서 짐을 찾으려고 하니 짐이 나오지 않았다. 혹시나 이메일을 열어봤는데, 수화물을 못 보냈다고 왔더라. 참나... 다행히도 후속 항공편이 바로 있어서 보내준다고 연락을 받았다. 덕분에 공항에 오래 있어야 했다. 버스표도 취소했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일단 나가서 기다렸다고 나간 곳으로 다시 들어오라고 했다. 다음 항공편은 두 시간 뒤 도착이었는데,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 연착되고 더 늦어져서 결국 공항에 4시간 넘게 있었다. 아침에 도착했는데, 버스를 1시 넘어서 탔다. 짜증 지수가 엄청났다.


다시 괴로움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라 그런지, 무거웠다. 누군가가 ‘이제 꿈 다 꿨지?’하고 냉혹한 현실로 던져버리는 것 같았다. 후유증이 크게 남겠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괴로움이 디폴트인 현실에서 또 괴로워하며 살아가는 수밖에. 언젠가 또 도피할 날을 기다리면서 살아가는 수밖에. 그리고 저기 토바호수에 던져 놓은 고민과 걱정들을 걷어 올리러 갈 날만 기다리는 수밖에. 벌써 토바 호수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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