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골프장을 몰래 잠입하다 - Day 10. 아늑함
마지막 밤이다. 은하수 사진을 굉장히 좋아한다. 여기 오기 전에 적도에서 찍는 은하수는 어떤 모습일까 상상하면서 왔다. 출발 전 조사한 결과, 아쉽게도 나는 8일 내내 은하수를 못 볼 상황이었다. 월광이 무엇보다 상당했다. 가장 좋은 기회가 토바호수에 간 첫날이었는데, 아쉽게도 날이 너무 흐려서 별빛조차 볼 수 없었다. 그렇다면 그 후는 은하수의 꼬리도 못 볼 게 불 보듯 뻔했다. 아쉬운 마음이 많이 들었다.
마지막 밤이라 그랬는지, 싱숭생숭 뒤척였다. 주변 야경이나 찍자 해서 삼각대와 카메라를 챙겨서 나가보았다. 하늘이 맑았다! 얼른 형한테 카톡을 남겼다. 나가자!
변수는 하나! 달의 위치였다. 혹시나 해서 호수로 나가보았다. 역시나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골프장 쪽으로 돌아왔다. 불이 다 꺼진 골프장을 도둑처럼 들어갔다. 살면서 골프장이라고는 한 번도 가보지 못했는데, 이 기회에 가보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역시 슬픈 예감은 늘 맞는다. 은하수 위치에 떡 하니 달님이 계시니 뭐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달은 또 왜 그렇게 커 보이는지, 괜스레 기분만 나빠졌다. 골프장은 엄청 넓었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을 줄 알았는데, 달빛이 워낙 밝아 쫙 펼쳐진 필드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 누가 볼까 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달님이라도 납치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지금도 종종 하는 게 있다. 불면의 밤을 보낼 때 꼭 달을 찍는 것이었다. 보름달뿐 아니라 초승, 그믐, 상현, 하현 가리지 않고 마구 찍었었다. 깊은 밤 시골에서 홀로 걸으며 찍는 기분은 무섭기보다는 아늑했다. 때로는 밝은 달빛이, 때로는 보이지도 않는 달빛이 몸을 관통했다. 그러면, 집으로 돌아와 편안히 잠을 잘 수 있었다.
한 때 불면증이 심해서 그랬는데, 생각해 보니 요즘은 달을 찍은 적이 별로 없었다. 오랜만에 찍는 달이었다. 인도네시아에서 찍는 달은 조금은 다를 줄 알았는데, 기분만 다를 뿐 달은 같았다. 예전에 미국에서 찍었던 달보다 살짝 더 컸던 것 같기도 하고.
달 사냥을 마친 후 집으로 돌아와 꿀잠을 잤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싱숭생숭했던 마음은 어디 갔는지, 불면과는 거리가 멀게 잠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