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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두리 Oct 14. 2021

계속 시켜주세요

한길문고 에세이 쓰기 5기는 끝나지 않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살았던 내 고향은 경상남도 함안군 군북면. 학교 마치고 친구들과 다니다 보면 처음 보는 어른들이 나를 아는 체하는 일이 꼭 있었다.

“니 OO딸 아이가?”

“네. 맞아요. 누구세요?”

“아빠 친구다. 아빠랑 똑같이 생겼네~”

스스로도 이해가 될 정도로 나는 아빠를 많이 닮았다. 심지어 걸음걸이도 닮아서 뒷모습만 보고도 알 정도다. 더 신기한 건 그런 일이 꽤 자주 있었다. 그건 또 왜 그러냐 하면 아빠는 군북면의 웬만한 모임에 빠지지 않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 아빠는 항상 모임의 회장이나 총무를 맡았다. 컴퓨터 앞에 앉아 검지 두 개로 회칙을 쓰고 회비를 정산하는 모습을 익숙하게 봤다. 엄마는 그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 티를 가끔 냈는데, 나는 티는 내지 않고 속으로만 ‘귀찮겠다.’하고 생각했다.

나는 아빠에게 외모 유전자만 물려받은 게 아니었나 보다. 숨겨진 권력욕이 있었던 걸까. 한길문고의 배지영 작가와 함께 하는 에세이 쓰기 5기가 처음 만나는 날이었다.

“모임의 반장이 필요해요. 누가 하면 좋을까요?”

“제가 하겠습니다!”

작가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나는 손을 들었다. 나중에 들었는데 작가님은 멋지게 손을 든 내 모습에 반했다고.(훗)


반장이 하는 일은 ‘숙제 내는 날이 다가오면 단톡방에 알려주기’와 ‘제출한 글 모으기’다. 딱 이 두 가지! 별로 힘들이지 않으며 ‘반장’이란 지위를 가질 수 있다니. 사실 나는 글을 모으고 결을 맞추는 일을 좋아한다. 직장에서도 보고서를 취합하는 일이 있으면 조금 신나기도 한다. 이제와 고백하지만, 선생님들 저는 사실 즐기고 있었어요!(어. 혹시 아빠도?)

에세이 쓰기 5기는 현재 대학생부터 내가 태어나기 전에 대학생이 되신 분들까지 다양한 나이대를 가진 모임이다. 자연스럽게 선생님이란 호칭을 쓰는데 나는 ‘특별히’ 불렸다. 반장님, 두리 반장님, 둘리 반장님까지. 이렇게 반장님이 되고 보니 책임감도 생겼다. 글 올려달라고 해놓고 내가 늦을 수는 없으니까 어떻게라도 쓰려고 노력하게 됐다. 에세이 모임에 더 집중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4월부터 함께  모임이 13번째를 마지막으로 끝이 났다. 우리는 칭찬으로 키워주신 글쓰기 스승, 배지영 작가님께 감사함을 전하고 싶었다. 비밀 단톡방을 만들어 작전을 짰다. 나는 시간에 맞춰 꽃을 들고 한길문고로 들어갔다. 짠하고 꽃바구니를 안겼다. 작가님은 바구니를 들고 짧은 워킹으로 화답했다. 수업 중간 작가님음악소리가 크다며 카운터로  사이, 각자   편지를 작가님 자리에 모았다. 자리로 돌아온 작가님은 그제야 비밀 단톡방에 대해 눈치채고 우리를  흘겨본  편지들을  쥐었다. 작전이  먹힌 거다. 그때,  송이 꽃이 나에게도 전해졌다.

“반장님, 수고했어요.”

수고했다는 인사과 박수를 받았다. 기대하지 않은 선물에 너무 감사했다. 반장 하길 잘했다는 생각도 했다. 한길문고 에세이 쓰기 5기는 끝나지 않았다. 서로 힘을 나누고 쉬어가기도 하며 함께 계속 글을 써나갈 것이다. 그리고 나는 다시 한번 손을 들었다. 나는 계속 두리반장이고 싶다.

“시켜주시면 더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한길문고

#에세이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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