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유 Aug 16. 2021

브런치를 개편해보자

브런치를 사용한 지 일주일 남짓 되었다. 작가가 되어 신나는 마음에 글을 몇 편 써보기도 하고, 내 글을 ‘좋아요’하고 ‘공유’하는 독자들의 반응이 신기해 몇 번을 들여다 보았으며, 다른 작가님들은 어떤 글을 쓰나 여기 저기 많이 구경도 했다. 오늘은 일주일 사용자의 관점에서 브런치가 제공하는 ‘글 읽기’ 경험에 대해 분석하고 개선점도 도출해보려고 한다. 먼저 내 분석은 아래와 같이 전제된 사항이 있음을 밝힌다.


전제조건
1. 브런치는 사용자에게 글 읽기에 최적화된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경험을 해칠 수 있는 광고도 적용하지 않는다.
2. 브런치는 플랫폼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브런치에 방문해서 오랜 시간을 보내길 원한다. 즉, Visit과 Average Time Spent의 증가가 주요 KPI다.
3. 브런치에서 글 읽는 경험은 대부분 핸드폰을 통해 이루어진다. 즉, 독자들은 대부분 모바일 유저다.
4. 사용자 대부분이 오른손 잡이다.


브런치는 스크랩 기능 도입이 필요하다.

가장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낀 점은 ‘스크랩 기능’이다. 브런치에서 다른 작가들의 글을 읽다가 저장해놓고 싶었는데, 스크랩 버튼이 없어서 당황스러웠고 불편했다. 때로는 이런 소비자의 즉각적인 반응이 가장 많은 걸 말해주지만, 좀 더 설득력이 있도록 브런치에 스크랩 기능이 필요한 이유를 정리해보았다.


글은 휘발하지 않고 곱씹을 때 더 힘이 있다.

책을 읽을 때 어땠는지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다. 독서를 하다가 기억하고 싶거나, 그 내용에 대해 좀 더 생각해보고 싶을 때 우리는 책 한귀퉁이를 접어 놓기도 하고 따로 그 내용을 메모해놓기도 하는 등 나름의 방식으로 저장을 하고 곱씹는다. 글을 읽을 때는 이런 경험이 일반적이고 또 지향되는 경험이기 때문에 ‘밀리의 서재’와 같은 전자책 플랫폼이나 브런치의 글로벌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미디엄’에서도 모두 적용하고 있는 기능이다.

미디엄의 하단 Engagement 버튼 레이아웃

특히나 브런치에는 여러 분야의 전문적인 글도 많은데, 이를 더 가치있게 소비할 수 있는 스크랩 장치가 없는 점이 아쉽다.


스크랩의 부재는 다른 Engagement의 혼선을 낳는다.

브런치에서 글을 읽을 때 보이는 Engagement 버튼은 라이킷(좋아요), 공유, 댓글 세 가지다. 독자들이 스크랩에 대한 수요는 있는데, 스크랩 기능이 없어 이를 라이킷과 공유로 대체하니 오히려 라이킷과 공유라는 Engagement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결과가 초래된다.


예를 들어 보자. 라이킷이라는 것은 독자가 반응할 수 있는 가장 하위 레벨의 Engagement이고, 그만큼 가장 많이 발생하는 Engagement이기도 하다. 피식 웃음을 나오게 하는 글이라서 라이킷을 누를 수도 있고, 글 자체는 크게 공감 못했어도 작가의 정성에 라이킷을 누를 수도 있고, 무조건 반사처럼 라이킷을 누를 수도 있다. 즉, 라이킷한 글과 스크랩하고 싶은 글은 일치하지 않는다.

그러나 브런치에는 스크랩 기능은 없는 반면 오히려 무심코 라이킷한 글들을 한 곳에 가득 쌓아놓는다. 라이킷이 브런치 플랫폼 안에서 스크랩처럼 글을 모아둘 수 있는 유일한 기능이므로, 독자들이 라이킷을 스크랩처럼 사용하게 되는 원치 않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후하던 독자의 라이킷 인심이 갑작스레 야박해지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공유도 마찬가지다. 브런치에서 공유는 본래 좋은 글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게해서, 자연스레 신규 사용자의 유입과 방문도 늘리기 위해 기획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감히 추정해보자면, 다른사람에게 공유하는 숫자 못지 않게 카카오톡 ’나와의 채팅’을 통해 나에게 보낸 숫자가 많았을 것이다. 스크랩 기능이 있었다면 당연히 스크랩을 했을테지만, 스크랩 기능의 부재로 ‘나와의 채팅’에 글을 저장해놓는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브런치에서 소비한 글을 브런치 밖에 저장해두어야 하는데 또 다시 그 글을 읽으려면 브런치로 들어와야 한다. 이런 왔다갔다 하는 과정 속에서 소비자가 얻는 이득은 전혀 없고, 또 카카오톡 나와의 채팅은 이것저것 메모해두는 용도로도 많이 쓰이기 때문에 저장해두었던 브런치 글을 다시 찾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모든 플랫폼이 플랫폼 밖에 나가지 않고 안에서 모든 걸 해결하게 하려고 혈안이 되어있는데, 이렇게 핵심적인 ‘글 읽기’ 경험에서 소비자를 Exit시키는 것은 브런치 입장에서도 좋을 수 없다.


Engagement 버튼 위치를 재조정하면 어떨까.

위에서 내가 강력하게 원했던 스크랩 기능이 도입된다는 가정하에, 더 바람직한 Engagement 버튼 레이아웃을 그려보면 아래와 같다. (스크랩 기능과 달리 버튼 레이아웃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필요하다’ 보다는 ‘~어떨까’와 같은 조금 약한 표현을 사용하였다.)

왜 이렇게 버튼 레이아웃을 잡았는지에 대해서는 아래에 설명한다.

브런치 신규 버튼 레이아웃

하위 레벨 Engagement부터 오른쪽에 배치한다.

앞서 간단히 언급한 것처럼 하위 레벨 Engagement란 사용자가 부담 없이 손 쉽게 행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좋아요(라이킷) 버튼을 누르는 데는 부담이 없지만, 댓글을 쓰는 것은 더 큰 부담이 따르는 것이 사실이고, 그래서 실제로 브런치의 여러 글들을 살펴보아도 라이킷 수가 댓글 수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Engagement 버튼이 내 바람대로 네 가지 존재한다면, 좋아요(라이킷), 스크랩, 공유, 댓글 순으로 Engagement 레벨이 높아질 것이다. 그냥 좋아요 누르는 것보다 저장하고 싶은 글은 그 수가 더 적고, 너무 좋아서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싶은 글은 더 적어지며, 이 글에 대해 공개적으로 내 생각을 코멘트한다는 것은 그보다 더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럼 이제 사용자가 누르기 쉬운 순서를 한번 보자. 상단에 서술한 것처럼 대부분의 사용자가 오른손을 주로 사용하는 모바일 유저라고 가정했을 때, 하단 Engagement 버튼을 누를 때에는 오른쪽 - 왼쪽 순서로 편하다. 오른쪽 하단 버튼을 누를 때에는 편안한 상태로 버튼을 누를 수 있지만, 왼쪽 끝에 있는 하단 버튼을 누를 때에는 엄지 손가락을 쭉 펴야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나 같은 경우에는) 엄지 손가락이 왼쪽 끝까지 닿지 않아서 두 손을 이용해야한다.


이 Engagement 레벨과 사용성을 고려해볼 때, 나라면 위 그림처럼 손이 잘 닿는 곳에 부담 없이 누를 수 있는 버튼을 배치할 것이다. 마트에 갔을 때,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껌들이가장 손이 잘 닿을 수 있는 계산대 앞에 놓여있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보면 된다. 반면에, 쉽게 누를 수 있는 곳에 사람들이 잘 사용하지 않는 버튼을 배치하는 것은 공간 낭비라고 생각된다. E-commerce 사이트에서의 ‘구매’버튼처럼, 사람들이 잘 누르지 않더라도 플랫폼 입장에서 가장 좋은 곳에 위치시켜야 하는 버튼이라면 얘기가 다를 수 있겠으나 브런치 입장에서는 댓글 버튼이 그 정도 중요성을 가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한 손 조작이 가능한 Engagement를 오른쪽에 배치한다.

각 Engagmenet 버튼을 누르고 향후 행동을 생각해보면, 좋아요(라이킷)와 스크랩은 수반되는 향후 행동이 없는 반면 공유와 댓글은 향후 행동이 수반된다. 공유 버튼을 누르고 나서는 어디로 공유할 것인지 카카오톡, 트위터, 이메일 등을 선택해야하고, 댓글 버튼을 누르고 나서는 댓글을 작성해야 한다. 그리고 이 향후 행동은 자연스럽게 두 손을 필요로 한다. (일반적인 경우에) 공유할 곳을 클릭할 때 엄지손가락을 뻗어서 선택하기에는 불편한 위치에 있어 왼손으로 핸드폰을 쥐고 오른손으로 공유 위치를 선택하게 되고, 댓글을 타이핑할 때는 두 손으로 핸드폰을 쥐고 양 엄지손가락을 이용해 작성하게 된다.

브런치 공유, 댓글 버튼 클릭 후 필요한 향후 행동


이 사용경험을 다시 한번 보면, 향후 행동이 수반되지 않는 좋아요(라이킷)와 스크랩을 쉽게 닿을 수 있는 오른쪽 하단에 배치시키면 한 손으로 모든 조작이 가능해 사용자 편의가 극대화되지만, 향후 행동이 수반되는 공유와 댓글을 오른쪽 하단에 배치시켜봤자 사용자 편의는 크게 개선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른쪽 엄지로 편하게 버튼을 누를 수 있어도 어쨌든 그 다음은 두 손으로 마무리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라면, 오른손으로 모든 행동을 마무리 지을 수 있는 좋아요(라이킷)와 스크랩을 우측 하단에 배치해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고, 어차피 두 손 조작이 필요한 Engagement버튼은 좌측 하단으로 배치할 것이다.


위 내용을 요약하자면 스크랩 버튼을 도입하고 버튼 레이아웃을 재배치하면 ‘글 읽기’에 최적화된 사용자 경험을 낼 수 있다는 것인데, 사용자로서의 직관에 기획자로서의 논리를 더하려하다보니 글이 길어졌다.


물론 브런치의 서비스 기획자와 UX디자이너가 내가 간파하지 못한 의도로 지금의 브런치를 그렸을 수 있다.

그리고 내가 아직 알지 못한 브런치의 기능이 있을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그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초기 사용자 입장에서 브런치의 사용성을 분석해보고 싶었다.

오늘 분석은 브런치의 ‘글 읽기’ 경험에만 한정한 것이며, 기회가 되면 브런치의 전체 Navigation과 수익 구조에 대한 내용도 다뤄볼 예정이다.

작가의 이전글 성공적인 실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