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물으려다 해방이 있는 쪽을 물었다|
번역이라뇨, 최악입니다
한국어는 번역해 봤자 한국어고
입술이 부르트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녜요
나는 영어를 했다고 생각하면서 말합니다
거짓말 못 하는 병에 걸린 영화 주인공처럼
참 그걸 말하려던 게 아니라, 아니, 그러니까,
실은 그걸 말하려던 게 맞는데, 그걸 정말로
말할 생각은 없었는데, 그러니까요•••
해명은 덧바를수록 덧나 못나집니다
혀를 꽁꽁 붙들어맨다고 될 일이 아녜요
모든 더러운 것은 마음으로부터
내가 진실된 말로 당신을 짓이겼나요
그럴 수도 있는 거라고요
혀는 혀의 기능을 할 뿐입니다
카트리지 벌써 닳았다고 혼낸다면 폭력이겠죠
흑백의 마음으로 칼라의 언어를 출력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나의 불의이기 때문입니다
이중언어구사자들이 참 부러웠어요
두 개의 언어 회로가 각각 숨구멍처럼 뚫려서
매번 선별하고 변환하고 수정하는
이 지난하고 소모적인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되니까
-Are you thinking in English or Korean?
교수님은 묻고
-생각하고 마음하는 대로 말에 옮기고 싶습니다,
라고 나는 대답했습니다
그러니까, 상처 주고 싶지 않았다는 말이었는데.
빨간 불처럼 깜박, 깜박거리는 거울 속의 흰자위
잉크가 없어 그 말은 차마 옅었습니다
최악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