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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iel Mar 07. 2023

#9_220307_튜메릭 라떼

#9_220307_튜메릭 라떼

2015년 스타벅스에 입사한 후 많은 제품을

개발하고 출시했다.


많은 제품들에는 각각의 이야기가 있기 마련인데, 그 뒷 이야기들이 사람들은 궁금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런 의미에서 2023년 새해를 알리는 프로모션에 출시된 가장 도전적이고, 실험적이었던 제품인


'스타벅스 튜메릭 라떼'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강황(Turmeric)


혹시 이 사진은 무엇일까?


튜메릭 라떼의 원료인 '강황'이다.


아마 강황을 그 자체로 드셔보신 분들은 그렇게 많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그 맛은 형용하기 어렵지만, 약간은 매콤하고 텁텁한 고춧가루와 후춧가루 어딘가의 맛을 가진 원료이다


그렇다면 익숙하면서 익숙하지 않은 이 원료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3분 카레


그렇다 우리는 이 익숙하면서도 불편한  '강황'을 카레에서 알게 모르게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밥으로 먹을 때는 그렇게 맛있고 몸에 좋다고 하는 카레를 음료에 적용하면 어떨까 하는 위험한 상상은


꽤 오래전부터 있었던 것 같다.




흔히 튜메릭, 스피룰리나, 클로렐라 등등의 소재들을 이야기하면 생소할 때가 많다.


하지만 카레, 해조류, 플랑크톤이라고 이야기하면 일상생활이나 중학교 과학시간 언젠가 한번 들어봄직한


단어들이고, 그 안에 사람에게 좋다고 하는 성분들이라고 하면 아하 하면서 이해가 간다.


그리고 요즘 많은 홈쇼핑에서 이러한 소재에 대한 건강기능식품들도 많이 판매가 되어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신다.


이러한 소재들의 활용은 우리나라 보다 미국 등에 더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섭취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주식으로 밥과 국 그리고 여러 가지 야채, 고기등을 먹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몸에 필요한 다양한 영양분들을 섭취할 수 있지만


미국의 식생활은 빵과 육류로 이루어지다 보니 부족한 영양 부분을 채우기 위해 이러한 소재들을 활용한 다양한 제품들이 더 많이 개발되고 판매되고 있지 않을까?라고 추측해 본다


(샐러드도 많이들 드시지만, 미국에 가보면 비건이나, 건강에 신경을 쓰는 것처럼 보이는 분들이 이런 제품들을 많이 드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다양한 소재를 활용한 음료들




이러한 레퍼런스들을 가지고 희망차게 개발을 시작한 '강황'이라는 소재는


미국에서 일반적으로 보이는 주스의 형태로 선보이기에는 너무 강한 캐릭터가 모든 곳에서


'나는 강황입니다'라는 존재감을 드러내 주었고, 모든 맛있는 과일들을 비호감으로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일반적으로 면역력, 감기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고, 몸 안에서 따뜻한 기운이 도는 추운 겨울에 적합한 음료 한잔이 되길 바랐던 생각은 잘 못 되었던 것일까?


강한 개성의 원료를 부드럽게 바꿔줄 수 있는 소재는 무엇일까 하는 고민은 여러 날 계속되었다


평생 그냥 먹을 일 없던 강황도 원 없이 먹어봤고, 덕분에 맛있는 과일, 야채도 테스트하는 동안 덤이었다.



답은 가까운 곳에 있다는 말이 있듯이, 우연한 기회에 발상의 전환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카레는 일반적으로 며칠 동안 먹기 위해 집에서 끓이는 음식이었고 남은 카레는 수분이 줄어 꾸덕해지고 맛이 없어진다.


이때 엄마는 우유를 부어 카레를 다시 끓여 주셨고 그러면 부드럽고 매운맛이 덜한 부드러운 카레가 되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라떼 타입의 강황은 생각보다 먹을만했고 부족한 단맛을 채우기 위해 설탕, 메이플 시럽, 꿀 등 다양한 원료를 넣어 보았지만 뭔가 아쉬운 가벼운 단맛을 채우기 위해 다른 원료가 필요했다.


가볍지 않고 단맛을 내는 소재는 많지만, 강황의 노란색을 해치지 않는 것으로는 연유, 화이트초콜릿 등이 있었고, 화이트 초콜릿이 묵직한 바디감과 단맛을 보완해 주었다



우리의 커피는 진하고 쓴맛이 특징인 다크 로스팅 원두이기 때문에 이 부드럽고 따뜻한 노란색의 라떼에

넣으니 마치 탄밥에 카레가 부어진 듯한 느낌이었다.

(우리는 블론드라는 새로운 타입의 원두가 있지만, 생각보다 많이 알려지지는 않은 것 같다)


아무튼 블론드 원두는 약간의 산미와 캐러멜 같은 단맛으로 이 강황라떼와 너무나 좋은 궁합을 보여줬고...


비운의 이 제품은 그렇게 완성되었다.



하지만, 생소한 소재를 활용한 이 제품은 고객에게 사랑받지 못했고


강한 캐릭터의 비호감을 너무 죽이는데만 신경을 써서인지, 강황의 맛을 기대했던 분들에게도 실망스러운 음료가 되어 버렸다.



업계의 몇몇 개발자분들은 새로운 소재, 발상 등에 좋은 평가를 해 주시기도 했고,


스타벅스니까 이런 시도도 해보지 라는 부러운 목소리도 있었다.



좋은 음료란 무엇일까?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소재를 이용한 적당히 달고 맛있는 제품


새로운 소재를 활용하여 맛있는 맛을 만들어 낸 제품


건강을 생각해 좋은 소재를 사용하고, 당을 덜 쓴 제품


이는 '좋은'이라는 기준에 따라 모두 좋은 음료 일 수도 모두 나쁜 음료일 수도 있다.



올해 첫 출시된 이 제품은 판매에서는 아픈 손가락이 되었지만


음료개발을 업으로 삼고 있는 나에게 많은 고민과 숙제를 남겨준 고마운 제품이기도 하다.



무뎌지고 게을러지지 않게 더 날을 세울 수 있는 다짐을 다시 한번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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