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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이 Oct 09. 2023

[교행일기] #140. 신명을 꿈꾸다

신명을 꿈꾸다


'신명'이란 단어는 한자어처럼 들리지만, 사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흥겨운 신이나 멋'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대표적으로 우리가 알고 쓰는 표현으로는 '신명이 나다'이다. 


연이는 하루가 고단의 연속이었다. 그저 고단과 고난이 멈추길 간절히 기도하고 있었다. 초임지에서 두 번째 학교로 발령받고 나서 학교의 지리적 위치의 새로움은 누구나 겪는다. 


낯설다.


그 느낌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란 것을 지금은 알지만, 그때는 알지 못했다. 아니 사실 이제 그때의 낯섦과 지금은 낯섦은 조금 결이 달랐다. 첫 번째 학교에서 연이의 생활이 어쩌면 천운이 만들어진 아주 희박한 기회에서 오는 행운의 자리였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두 번째 학교 생활이 끝나갈 무렵 하기 시작했다. 사실 그때는 실장님과 연이, 단 2명만 있었기에, 버거움에 버거움을 더한 아주 극한의 콤보를 맛보고 있었으니 그저 지금 생각하면 아찔한 롤러코스터를 한 100번 넘게 탔을 때의 어지러움과 메스꺼움이 몸에 베여 버렸다랄까. 그렇다고 거기에서의 생활이 나쁘지는 않았다. 선생님들의 수가 적다 보니 행정실에 거의 모든 선생님을 하루에 한 번씩은 만났고, 그들의 고충도 들을 수 있었고, 행정실의 고충도 그들과 나누며 일이 훨씬 수월해졌다.


낯섦은 익숙함으로 변해갔고, 그러할 즈음 발령이 아닌 아주 심한 고통을 주는 병에 걸렸다. 그 병으로 연이가 빠지면 행정실 마비가 되는 2인 구조의 행정실에서 불가피하게 빠질 수밖에 없었다. 


학교에서 조금 떨어져 병의 고통과 싸우는 동안 그동안 하지 못했던 많은 생각이 약기운에 고통이 사그라들며 쓰나미처럼 몰려왔다. 연이 자신에게 던지는 물음이었다. 


'난 이곳의 일을 잘하고 있는 것일까?'


사실 이 물음은 초임지에서 느꼈던 '나이 먹고 들어와서 행정실 식구에게 피해만 주는 것은 아닐까?' 하는 질문과는 조금 다른 의미였다. 이곳의 일은 실수를 하더라도 되돌릴 수 있는 마블 영화의 닥터스트레인지가 도르마무를 만나 거래를 하듯 무한루프로 돌려 다시 만회할 기회를 맞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 연이 자신이 도르마무의 무한루프에 갇혀 이곳 생활의 어려움을 무한재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머릿속에서 자꾸 되뇌고 있었다. 


'연이야, 몸이 약해지니 마음도 약해지는구나? 그렇지?'


그랬다. 병약해진 몸은 마음을 갉아먹고 있었다. 


'잘한다'는 의미는 그저 상대적일 뿐이다. 그 누구와 비교하여 그 사람보다 연이가 못하는 것이고, 잘하는 것이다. 못한다고 잘한다고 무엇이 달라지는 것은 또한 없다. 그저 연이가 바란 것은 나로 인해 그 누군가가 피해를 보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연이가 최선을 다하면 그 누군가의 피해를 최소화하거나 없게 되는 구조의 일들을 처리하며 연이는 마음을 잃어가고 있었다.


예전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며 말했던 말이 생각이 난다.

'따스함을 간직한 관리자가 될 수 있을까?' 사실 연이에게는 아주 먼 일이고 어쩌면 일어나지 않을 일일지 모른다. 늦은 나이에 공직에 입문을 했고, 그러다 보니 관리자가 될 수 있는 시기는 아마 퇴직할 즈음이지 않을까 한다. 


사실 따스함을 간직한 관리자보다 

지금은 초임지에서 같이 함께 행정실 식구라고 일했던 그때처럼 

'신명 나게' 일하고 싶다. 


그게 연이의 진짜 바람이다.







ABOUT "교행, 학교다녀오겠습니다 시즌 3"


5년 전 연이가 교행직 합격 후 행정실에서 근무하면서 겪는 또는 겪을 만한 일을 '수필형 소설'로 작성한 글이다. 시즌 1(연이의 경험), 시즌 2(연이의 마음) 달리 연이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모든 것에 초점을 둔 시즌 3(연이의 기억)는 연이가 겪는 고민을 생생하게 전달하여 교행직을 그저 워라벨을 위해 들어오려는 공시생들과 교육행정직 공무원에 대한 궁금한 일반인에게 조금은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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