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기려 했던 한 마디가 남긴 흔적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거짓말의 정의는 이렇다.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꾸며서 말함. 또는 그런 말.”
거짓말은 단순히 ‘틀린 말’이 아니라, 사실이 아님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하는 말이다.
그 안에는 분명한 목적이 있다.
그렇다면 거짓말의 시초는 무엇이었을까?
학자들은 그 기원을 구석기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간이 집단 사냥을 하던 시절, 누군가 이렇게 말했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호랑이가 저쪽으로 갔어!”
그 말은 어쩌면, 먹이를 혼자 차지하기 위한 의도된 거짓이었을지도 모른다.
이 짧은 가설 속에, 거짓말의 핵심 기능이 드러난다.
정보를 조작해 이익을 얻는 것.
문득 나 자신의 과거를 떠올려본다.
내가 처음으로 ‘거짓말’임을 인식하고 했던 말은 무엇이었을까?
기억을 더듬다 보니, 어릴 적 재능교육 학습지를 하던 시절이 떠오른다.
선생님은 매주 한 번씩 집으로 오셨고, 나는 그 전날, 숙제를 다 하지 못한 날이면 작은 연기를 준비했다.
책가방을 뒤적이며 “어? 학습지… 학교에 두고 온 것 같아요…” 하고 어색한 얼굴을 지어보던 나.
지금 돌이켜보면 다 들통났을 거다.
그 모든 속셈이 너무나 투명한 어린아이의 연기였으니까.
그래도 선생님은, 아마 모른 척해주셨겠지.
그 어설픈 거짓말마저 ‘노력’으로 봐주셨을지도 모른다.
어릴 적엔 거짓말이 그저 나를 위한 작은 연기였다.
혼나지 않기 위한 방패였고, 잠깐의 안심을 위한 기술이었다.
어른이 된 지금도 우리는 여전히 거짓말을 한다.
다만, 그 무게는 다르다.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도 큰소리를 친다.
끝내 진실을 감추려다, 결국 자신이 감당하지 못할 무게에 짓눌린다.
뉴스에서 보던 한 정치인의 죽음이 그랬다.
거짓말을 덮으려다, 더 큰 거짓말을 하고.
그러다 끝내, 숨을 거두었다.
그의 말이 모두 진실이었다면, 그렇게까지 되었을까. 혹은, 거짓말을 하더라도 처음에 작은 용기를 내어
“그건 내 잘못이었습니다”라고 말했다면, 달라졌을까.
거짓말은 누구나 하지만, 끝까지 숨기는 건 선택이다.
어릴 적엔 연기였던 말이, 어른이 되면 누군가를 속이고, 상처 주고,
때로는 한 사람의 생까지도 무너뜨릴 수 있다.
그래서 더 묻게 된다.
거짓말은 언제까지 방패일 수 있을까?
그리고,
그 말은 정말 꼭 그렇게까지 해야 했을까?
나를 지키기 위해 꺼냈던 말이, 결국엔 나를 가장 깊이 무너뜨리는 말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