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근무하는 평범한 보건교사의 정체성 고민

보건교사, 미운 오리 새끼에서 백조로

by 평범한 보건교사

학교에서 보건교사는 늘 혼자입니다. 보건실이라는 공간은 교무실과 달리, 갑작스러운 사고와 응급 상황이 찾아오면 누구보다 긴박해지는 곳이기도 하지요. 보건교사는 그 순간 유일한 의료인으로서 학생의 생명을 지키기도 하고, 일상에서는 학생들의 작은 호소에 귀 기울이며 건강을 살피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막상 보건교사가 되고 나면, “나는 정말 중요한 존재일까?”라는 질문이 자꾸 마음속에서 피어오릅니다. 학교는 교육과정이 중심이 되는 공간이기에, 교과를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전문성을 인정받고 주목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보건교사는 교과 수업을 담당하지 않기에, 때로는 전문성이 흐려지고 소외되는 듯한 기분을 느끼곤 합니다. 이럴 때 보건교사라는 직업의 정체성에 혼란을 겪기도 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깨닫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학교 안에서 보건교사가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보건실 운영’이라는 점입니다. 학생들이 건강해야 비로소 교육 활동에 집중할 수 있고, 그 기반을 마련해 주는 사람이 바로 보건교사이기 때문이지요. 다시 말해, 보건교사는 교과와는 다른 결을 가진 또 하나의 전문가입니다. 교사가 수업으로 학생의 성장을 돕는다면, 보건교사는 학생이 건강하게 수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바탕을 마련해 주는 숨은 조력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 안에서 보건교사는 자주 ‘미운 오리 새끼’처럼 느껴집니다. 교과 교사들 사이에서 눈에 띄지 않고, 그들의 기준으로는 전문가로 인정받기 어려우니까요. 하지만 우리가 잘 아는 동화 속 ‘미운 오리 새끼’는 사실 미운 오리가 아니었습니다. 다른 오리들과는 달리, 그는 언젠가 아름답게 날아오를 ‘백조’였지요.

보건교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교과라는 기준에 맞추어 억지로 ‘오리’가 되려 애쓸 필요는 없습니다. 대신 학교 안에서 오직 보건교사만이 할 수 있는 전문성, 즉 학생들의 건강을 지키고 돌보는 역할에 집중할 때, 우리는 진정한 ‘백조’로서의 가치를 드러낼 수 있습니다. 남들과 달라서 외로운 게 아니라, 다르기에 특별한 것입니다.

저 역시 『나 홀로 근무하는 평범한 보건교사입니다』라는 책을 쓰면서 이런 마음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혼자 근무하며 겪었던 소외감과 고민들을 글로 정리하면서, 오히려 나만이 가진 전문성과 존재 이유를 다시 바라보게 된 것이지요. 또 이 책을 읽은 동료 교사들이 “보건실 운영의 중요성을 새삼 알게 되었다”고 말해줄 때, 그동안의 고민이 조금은 위로받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보건교사라는 직업은 여전히 많은 정체성의 고민을 안고 있지만, 분명한 건 우리가 학생들의 건강권을 지켜내는 유일한 의료인이라는 사실입니다. 학생들의 작은 변화에 가장 먼저 귀 기울이고,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배움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것이 보건교사의 진짜 전문성입니다.

그러니 이제는 ‘미운 오리 새끼’라는 이름에 머물 필요가 없습니다. 학교 안에서 보건교사는 언제나 특별한 ‘백조’였으니까요. 다만 스스로 그 사실을 잊지 않고, 자부심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혼자여서 외로운 존재가 아니라, 오직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자긍심 속에서 더 단단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보건교사는 혼자이지만 결코 홀로 서 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학생과 학부모, 동료 교사, 나아가 사회 모두가 보건교사의 헌신 위에 안전한 배움터를 누리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하루를 지켜주고, 또 다른 누군가의 삶을 바꿔주는 보건교사라는 이름. 그 소중한 자리에서 묵묵히 힘을 다하는 모든 보건교사들이 스스로를 백조라 믿으며, 더욱 자랑스럽게 날아오르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