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교실이 아닌 보건실에 있어야 하는가
학교는 본질적으로 교육기관이다. 교육의 주된 방법인 수업이 가장 중시되는 분위기 속에서 교과 교사가 자연스레 학교의 중심에 선다. 그러나 그 안에서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단 하나의 자리가 있다. 그것은 바로 학생들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보건교사라는 자리이다.
단순히 침대를 둔 공간으로 겉보기에 쉼터처럼 보일 수 있는 보건실은, 학생의 증상을 연속적으로 관찰하고 판단하는 보건교사의 핵심 업무인 연속적인 의료행위를 수행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설계된 공간이다. “머리가 아프다, 배가 아프다”라는 짧은 호소 뒤에도 단순한 피로부터 심각한 질환의 전조까지 다양한 가능성이 숨어 있어 이를 지속적으로 관찰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짧게는 5분에서 길게는 15분 간격으로 관찰하며 작은 변화까지 세심하게 파악하는 일은 단순한 조치가 아닌, 간호학적 전문성이 전제된 체계적인 간호 사정(assessment)의 일부이며 단순 응급처치와는 다른 '의료행위'이다.
이러한 전문적인 간호 과정에 따른 의료행위는 곧 개별 건강교육으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잦은 복통을 호소하는 학생에게는 아침 식사 여부, 수면 시간 등 생활 습관을 확인하며 간호 사정을 시행한다. 또한 증상 악화 여부를 관찰하고 병원 이송 여부를 고려하는 동시에, 규칙적인 식사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등 학생 맞춤형 건강교육으로 나아가게 된다. 즉, 보건교사는 단순히 약을 건네는 것이 아닌, 간호전문성을 바탕으로 학생의 증상에 대해 의료적 판단을 내리는 동시에, 스스로 건강을 관리하는 방법을 익히게 하는 교육적 책무까지 수행하는 것이다.
따라서 보건교사가 보건실에 상주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학교에서 단독으로 의료적 판단을 내리고, 동시에 건강교육을 실천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보건교사뿐이다. 학생과 학부모는 전문성을 갖춘 보건교사가 있다는 사실에 안심할 수 있고, 교과 교사들은 수업에 온전히 전념할 수 있다. 보건교사는 교과 수업을 대신하는 인력이 아니라, 학교의 안전과 건강을 떠받치는 필수 인력이고, 그 역할은 보건실이라는 고유한 공간에서 가장 온전히 발휘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당국은 여전히 보건교사에게 교과 수업을 배정하고, 그 시간 동안 보건교사가 대신 들어간 수업의 교과 교사가 대체교사로 보건실을 맡는, 의료인 면허 없는 교과 교사에게 보건실을 맡기는 비상식적인 구조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학교보건법」 제15조 제2항은 “모든 학교에 제9조의 2에 따른 보건교육과 학생 건강관리를 담당하는 보건교사를 둔다”라고 명시한다. 여기서 말하는 보건교육은 교과목으로서의 수업이 아니라, 학생 건강을 지키기 위한 교육적 실천을 의미한다. 「의료법」 제33조와 제27조 역시 의료인 면허가 없는 자의 의료행위를 엄격히 금지하여, 학교에서 단독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존재가 보건교사뿐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의료행위’는 일반인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최초 발견자의 응급처치와는 다르며, 의료인이 수행하는 응급처치는 응급의료행위의 하나로 구분됩니다. 따라서 응급처치와 의료행위는 그 의미를 엄밀히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학생들이 아플 때 가장 먼저 향하는 곳은 언제나 보건실이다. 그곳은 단순히 몸을 쉬게 하는 공간이 아니라, 따뜻하게 학생들을 맞이하고, 변화하는 증상을 세심하게 살피며, 필요할 때 적절한 의료적 판단과 교육이 함께 이루어지는 살아 있는 공간이다. 그 중심에 서 있는 보건교사는 학생들의 건강권을 지키는 유일한 의료인이자, 학교 안전망의 마지막 보루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보건교사가 교실이 아닌 보건실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킬 때, 그 존재는 더욱 빛나고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