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과는 다른 보건실 간호의 길, 학교 의료인이 내리는 첫 판단.
병원에서의 간호는 의사의 진단과 처방 이후에 시작됩니다.
간호사는 이미 내려진 판단을 바탕으로 환자의 치료와 회복을 돕습니다. 그 길 위에는 명확한 지침과 동료 의료진의 협력이 있습니다.
그러나 학교 보건실의 간호는 전혀 다릅니다.
아이들이 “머리가 아파요”, “배가 아파요”라며 들어오는 순간, 저는 의료인으로서 ‘진단 이전의 판단’을 홀로 감당해야 합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지금 이 아이를 병원으로 보내야 할지,
혹은 단순한 휴식으로 회복할 수 있을지, 그 첫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내는 일이 곧 보건실 간호입니다.
처음 보건교사가 되었을 때, 저는 보건실에서 학생이 호소하는 증상에 따라 내가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는 것이 좋은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병원에서의 간호는 의사의 진단과 처방에 따라 이어지는 과정이라, 의사의 오더(처방)에 따라 간호를 진행하면 되었는데, 보건실은 달랐습니다. 학교 안에서 오직 저 혼자만이 의료인이고, 병원에서 환자라고 볼 수 있는 보건실 이용자 학생들이 호소하는 증상에 따라 어떤 대처와 간호를 해야 하는지, 그 판단을 내리기까지 모호한 학생들의 증상표현을 확인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의료적 판단을 의사가 아닌 보건교사인 내가 온전히 판단해야 된다는 사실이 막막하게 느껴졌습니다.
두통을 호소하며 들어오는 아이를 마주할 때, 단순히 약을 건네는 일은 제 역할의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단순한 피곤 때문인지, 고열을 동반한 감염성 질환인지, 혹은 다른 질환의 신호인지,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저는 판단을 내려야 했습니다. 그 작은 질문과 관찰 하나가 아이를 병원으로 보내는 결정으로 이어질 수도 있고, 그 반대가 될 수도 있습니다.
병원의 간호가 ‘진단 이후의 간호처치’라면, 보건실 간호는 ‘진단 이전, 의료적 판단에 따른 책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임은 무겁고, 때로는 고독합니다. 누구의 지시도 받지 않은 채 스스로 판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바로 그 점이 학교에서 보건교사라는 존재의 가치를 가장 잘 증명할 수 있는 역할 이라고 생각합니다.
학교 보건실의 간호는 의료기관인 병원에서 이루어지는 간호와 전혀 다릅니다.
아이들이 “머리가 아파요”, “배가 아파요”라며 들어오는 순간, 저는 의료인으로서 ‘진단 이전의 판단’을 홀로 감당해야 합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지금 이 아이를 병원으로 보내야 할지,
혹은 단순한 휴식으로 회복할 수 있을지, 그 첫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내는 일이 곧 보건실 간호입니다.
잘못된 진단은 잘못된 처치로 이어지고, 잘못된 처치는 다시 아이들의 시간을 빼앗고, 병원으로 이송해야할 골든 타임을 놓치기도 합니다. 그래서 보건실에서의 간호는 치료 이전에 정확한 의료적 판단을 내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의료기관에서 간호가 ‘처치의 손길’이라면,
보건실 간호는 ‘판단의 눈’입니다.
눈으로 살피고, 귀로 듣고, 마음으로 짚어내며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는 간호.
보건교사라는 이름 아래 이루어지는 이 간호는
병원과 닮았지만, 병원과는 다른 길 위에 있습니다.
오늘도 저는 묻습니다. “어디가 아프니? 언제부터였니?”
그리고 그 대답 속에서 아이의 건강을 찾아내고, 제 정체성 또한 다시 확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