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잇값 치루기

by 하람

3일간 폭식을 했다. 치킨 한 마리, 불닭볶으면 2개, 편의점에서 아무렇게나 담아온 과자와 초콜릿을 한 번에 먹는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어떻게 해야 건강한 방법으로 해소할 수 있을지 머리로는 알지만 아직 이에 대한 나잇값은 치루고 있는 중인가보다. 활활 타오르는 불에 손을 데었을 때 "앗, 뜨거!" 하며 재빨리 떼어내려고 하는 것과 같은 반응 속도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 특히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받거나 막막할 때는 그 어떤 이성적인 생각으로 자제하는 것은 너무나 어렵다.


지난 30년간 파도의 물결처럼 시차를 두고 찾아오는 갖가지 모습의 시련과, 그와 함께 따라오는 지긋지긋한 이 나쁜 버릇의 패턴을 반복하며 치열하게 나잇값을 치루어왔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고, 실망이 크면 상처가 크다는 것. 나와 닮은 것을 사랑하는 것이 관계의 시작은 가능케 할 수는 있어도, 다름을 감당하지 못하면 유지할 수는 없다는 것. 세상은 납작한 것이 아니라 둥글둥글하다는 것. 그렇기에 타인을 바라보는 안목보다는 나 스스로를 객관화할 수 있는 안목이 더욱 필요하다는 것. 때로는 감정이 있어도 관계를 끊어낼 줄 알아야 한다는 것.


서른 한 살이 된 올해는 또 어떤 대가를 치루고 어떤 것을 얻을 수 있을는지. 그 값은 나이와 비례한 시련과 상처만을 받아줄 뿐인데. 이렇게 견디어 나아가는 것이 '위대한 생산자'의 길을 걷는 것이라는 걸 믿지만. 때로는 '뭐 그딴 거 안되어도 속 편히 살고 싶다'는 맹랑한 생각도 들지만. 그렇게 하나 둘씩 나잇값 외상을 달기 시작하면 꼴보기 싫은 짓을 하게 된다는 것을 알기에, 그 값 치루기를 미루면 내 인생에 무엇이 남나 싶은 마음에, 이 길을 끝까지 다 걷게되면 뭐 그리 대단한 것이 있을지 오기가 나서, 또 하루를 버텨낸다.

작가의 이전글소원 함부로 빌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