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사랑의 기술을 읽고,
사람들은 사랑은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가능한 것이며 다만 그 ‘대상’이 부재하기 때문에 사랑하지 못하고 있을뿐이라고 믿는다. 책 「사랑의 기술」은 바로 그 지점을 파고들며, 문제는 사랑의 ‘태도’에 있으며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변색된 사랑의 가치와 인식에 대해 지적한다.
인간은 분리경험을 통해 불안을 느끼고 이에 대한 해소와 합일감을 향한 욕구를 가진다. 불안은 인간적인 힘을 사용할 능력을 상실한 채 무력감을 느끼는 것이고, 여기서의 인간적인 힘이란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종종 바람직하지 않은 도취를 통한 합일 경험(알코올 중독, 마약 중독, 사랑이 결여된 성행위)을 하기도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것이며 도취상태가 지나가 버리고나면 더욱 심한 분리감과 고독, 죄책감, 후회같은 것들로 괴로워진다. 사랑에 의한 결합만이 세상과, 타인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방법인 것이다.
사랑은 겸손, 객관성, 이성의 발달을 요구한다. 객관성의 반대편에 있는 것은 자아도취로,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것만을 현실로서 경험하는 방향이다. 자아도취적 사람에게 외부세계의 현상은 그 자체로서는 현실성이 없고 오직 이러한 현상이 유익한지 위험한지에 따라 경험된다.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신앙과 용기가 필요하다. 신앙을 갖는다는 것은 그의 기본적 태도의 불변성, 그의 퍼스낼리티 핵심의 불변성, 그가 가진 사랑의 불변성을 믿는다는 것이다. 또한, 용기란 어떤 가치를 궁극적 관심으로 판단하는, 그리고 이러한 가치로 도약하고 이러한 가치에 모든 것을 거는 것을 의미한다.
책을 읽으며, 사랑이라는 주관적인 감정에 대해 객관적인 분석과 유형화, 기술로서의 그 실천 방법을 고민했다는 점이 놀라웠다. 또한, 사랑이란 대상이 아닌 태도의 문제라는 것,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면 당신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것을 사랑한다는 것’을, 프롬은 이 책의 집필을 통해 사랑의 실천방법을 제시함으로써 보여주었다. 프롬은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기에 개인적인 경험에서 그치지않고, 자신의 사랑에 대한 고찰과 분석을 세계와의 관계에 있어 생산적인 방향으로 공유하려 한 것이다.
자본주의 시장체제 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환가치의 유무이다. 그런 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사랑에 있어서도 희소성에 따른 가치를 따지고 관계에 있어서 손해가 아닌 이윤을 남기려 한다. 우리는 사랑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 두려워한다. 내가 주는 만큼 받지 못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프롬에 따르면, 사랑이 상대방으로 하여금 사랑을 일으키지 못한다면 그것은 무능한 것이다. 사랑은 주는 것이며, 준다는 것은 받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사랑에는 신앙과 용기가 필요한 것이며, 이 둘을 가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알아차리는 순간부터는, 진정한 공포는 사랑받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것으로부터 오는 것임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사랑하는 것, 신앙과 용기를 가지기 위해서는 훈련이 필요하다. 이 과정이 힘들고 어려운 것이라 해서 사랑을 포기해서는 안된다. 사랑에는 형제애, 모성애, 성애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진정한 사랑은 자기애, 자립에 있으며 그렇기에 우리는 사랑을 선택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에 대한 의무, 책임, 자유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