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글 쓰러 가.
독자들이 기다리잖아.
한 30명...?
배우자가 저에게 곧잘 하는 말입니다.
소파 위에 널브러져 있는 저를 일으켜 세우는 마법 주문이자 조롱이죠.
아니, 30명이 어때서.
그보다 30명까진 안 될걸?
때때로 그런 생각조차 하게 됩니다.
그만큼 평일 저녁 식사를 마치면 뭘 하기가 쉽지 않더군요. 은밀하게 이런 의심을 한 적도 있죠.
어쩌면 나는 글 쓰는 일이 즐겁지 않은가 봐. 그러고 싶어 하는 것일 뿐.
이렇게까지 부담 갖고 하는 일이라면 말이죠.
전날 야근까지 해서 지켜낸 상처뿐인 휴가였지만 휴가는 휴가더군요.
좋았다는 말씀.
아침부터 바빴습니다. 재활용 쓰레기 버리고, 빨래 돌리고, 은행일 보고, 달리기도 하고.
집에 돌아와서는 쳇 베이커 음악을 들으며 글을 썼어요.
지난번에 책표지부터 만들었다던 에세이 기억하시나요?
빌런에게는
미워하는 법도 배우지 마라.
이야기에 진전이 있어서 기분 좋더군요.
이거 봐, 집중하니까 되잖아. 그래서 쓰긴 하는데 그다음은 뭐 하려고?
그런 생각이 들자 다시 시무룩해졌습니다.
뭘 할까? 블로그랑 브런치에만 올릴까? 독립출판 아니면 전자책으로 만들까?
출판사 통해서 하는 정식 출간을 알아봐야 하나? 아니지, 혹시 회사에서 알게 되면 찍힐 거야.
아, 왜 이래. 좀 근시안적으로 살자니까.
일단 쓰기나 해.
그것이 결론이었습니다. 새삼 깨달았거든요. 제가 글 쓰는 걸 좋아한다는 사실 말이에요.
이 정도면 좋아하는 거 맞지 않을까요?
휴가 날,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별다른 목적도 없이 몇 시간이고 하고 있는데.
다행이지 뭐예요.
글 쓰는 걸 좋아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아니라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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