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갑지 않은 포옹이었습니다.

by 프롬서툰

농담이겠지


처음 대구에 왔을 때는 9월 경이었습니다.


그게 벌써 10년도 훨씬 넘은 일이 되었네요. 타지 생활을 하게 되면서 미처 예상치 못했던 변수는 바로 '더위'였어요.


10월을 코앞에 두고도 한여름의 더위가 좀처럼 가시지 않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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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시원해진 거다. 한여름엔 37도도 넘는데.


옆자리 선배가 그렇게 말할 땐, 괜히 겁주려고 하는 농담인 줄 알았습니다.


그다음 해 여름을 맞기 전까진.





진짜였구나


대구의 여름은 실로 대단했습니다.


특히나 더위를 많이 타는 저에겐 꽤나 곤욕이었죠. 게다가 그 열기가 5월 중순부터 10월이 될 때까지 장기간 이어지니 기가 막혔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적응력은 더 무서운 것이더군요. 어느덧 그것도 익숙해졌으니 말이에요.


나름대로 생존법을 터득한 거겠죠?





36.5도


36도??
말도 안 돼.

오늘은 휴대폰으로 날씨를 확인하고 깜짝 놀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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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건 사람 체온이잖아?


어디 가시려고요?


이래선 못 나가겠는데.



멀찍이 떨어진 다른 건물의 부서에 서류를 받으러 가야 했거든요.





뜨거운 포옹


건물 밖을 나오자 열기가 피부를 파고들었습니다.


양산 대용으로 쓸 우산을 펼쳐봤지만 별 소용없더군요.


의아했어요.



체온이 이렇게나 뜨거운 거였다니.



그렇게 아직도 정이 들지 않는 이 도시의 품에 안겼습니다.


달갑지 않은 포옹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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