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엔 출장이 하나 잡혔습니다.
엄밀히 아니, 그냥 봐도 제 일은 아니었어요.
종종 누가 해야 할 일인지 이름표를 붙이기에 애매한 경우가 있잖아요. 그런데 이건 그렇지도 않았단 말이죠.
맞아요.
버젓이 업무 담당자가 있음에도 제가 하게 된 거예요.
처음엔 별거 아닌 일이라고 생각했고, 누가 하든 어떤가 싶었습니다.
아무래도 마음에 걸려 그렇게 묻자 부서장은 별 소릴 다한다는 듯 말했습니다.
전혀요. 그분은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할걸요?
고민하던 저는 업무 담당자에게 갔습니다. 그간의 사정을 털어놨죠.
어쩌다 보니 내가 엮이게 됐지만 나중에라도 필요하면 도움을 요청할게요.
돌아온 대답은?
못 들은 걸로 하겠습니다.
알아서 하세요.
오호라.
맡은 일은 예상과 달리 쉽게 풀리지 않아 난감하지만 어찌어찌 해나가고 있습니다.
어떻게든 되겠죠.
그런데 오늘, 같은 사무실 후배가 이러는 거예요.
출장 계획 올리신 거 봤어요.
그걸 왜 선배가 해요?
어쩌겠어. 담당이라는 사람한테 지시해 봤자 답도 안 나오는걸.
이유가 뭔진 몰라도 후배는 쉽게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하기 싫다고 하면 안 해도 되는 거예요?
그것이 마법의 주문이라도 된 것일까요?
내 안에 숨어있던 못난 내가 기지개를 켜는 게 느껴졌어요.
그렇네?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되나?
나는 하고 싶어서 하나?
이거 안되겠네.
특단의 조치를 실행에 옮기진 않았습니다.
이제 와서 '사실은 네 일 아니냐'며 따지는 게 체면이 서지도 않았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괜찮다고. 그냥 내 기분대로 살게 놔두라고.
그렇다고 좋아 죽겠어서 이러는 건 아니니까 응원이나 해달라고.
https://blog.naver.com/surtune45/2238527292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