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실컷 놀아야지!
역시 그렇게 작정한 날은 꼭 일이 생긴다니까요. 퇴근에 임박해서 갑작스러운 미션을 받았습니다.
후배가 다른 부서로 문서를 보냈는데 첨부된 파일이 최종본이 아니었던 거예요. 그리고 그 후배는 휴가를 나간 상황이었죠.
곧 퇴근 시간이고 급한 일도 아니라서 다음 주에 해도 되긴 했어요. 하지만 문제는 늘 부서장.
이거 당장 재발송할 수 없어요?
아, 우리 부서장님이 이번엔 그런 거 하고 싶구나?
급할 땐 전화를
제발
혹시 저에게 하라는 말씀인가요?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부서장은 우연히 눈이 마주친 저를 보고 그렇게 지시하길래 되물었습니다.
여기서 제일 잘 하시잖아요.
오, 그렇다면 얘기가 달라지죠. 부서장이 평소 하지 않던 립 서비스까지 하다니 별일이더군요.
그러나 작업은 제가 하더라도 문서는 후배 이름으로 나가야 했기에 아이디와 패스워드가 필요했습니다.
옆에 있던 다른 동료에게 그 친구에게 연락해서 알아봐달라고 한 뒤, 저는 그동안 급히 작업을 마쳤죠.
연락됐어요? 아이디랑 패스워드 불러줘요.
연락했는데 답이 없어요.
전화 안 받아요?
아뇨, 톡으로 보냈어요.
얼마 전 중요한 용무를 메일로만 요청해놓고 아무도 회신이 없다며 한탄하던 후배가 떠오르는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웃어야 고수죠.
급할 땐 제발 전화를 좀 합시다.
죄송해요. 지금 해보겠습니다. 아, 통화 중이네요.
나름 웃으려 노력했는데 실제로도 웃고 있었을지 모르겠네요.
혹시 부족했나?
한참 뒤에야 담당자 아이디를 받아서 문서를 다시 발송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조금 미쳐 있었는지 부서장은 립 서비스에 이어 그런 인사까지 하더군요. 저는 그만 맥이 풀려서 잠깐 넋을 놓고 있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아까 너무 쫓겼었나?
최근 들어 정속 주행을 하고 있었는데 뜻밖에 급가속을 하게 되었으니까요. 그 와중에 혹 후배에게 상냥함이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해보고요.
상냥력
사무실에서 한 번 웃고 나면 퇴근 후에는 한 번 덜 웃게 됩니다.
저는 그렇습니다. 아마 대부분 그럴 거예요. 우리가 하루에 쓸 수 있는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거든요.
그렇기에 회사에서 똑같은 시간을 보내고도 사람과 일에 시달린 날에는 집에 돌아와서 글을 쓰기가 어렵습니다. 정해진 양의 에너지에서 사무실에서 다 소모했기 때문이죠.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심리 에너지'라고 해야 할까요?
아니면 타인에게 상냥할 수 있는 힘이니까 '상냥력'?
상냥 버스킹
'너의 실수에 내가 상냥하게 굴었다면 좋았겠지만 그러지 못해서 미안해. 그런 상냥함은 다른 더 좋은 곳에 써야 해서.'
일부러 그러는 사람도 없을 것이고, 그럴 수 있는 사람도 없겠지만 혹시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아직 상냥함이 남아있으신가요? 그렇다면 지금 이 글의 댓글로 조금 보여주시겠어요?
굳이 표현하자면 '버스킹'인 셈입니다.
타인으로부터 상냥함을 받는 버스킹이니까 '상냥 버스킹'?
※ 카드 및 각종 페이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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