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보고서
동틀 무렵 출근길 엄청 춥다.
시내버스 정류장에 한참을 머문다.
오늘 일어날 좋은 일 생각하며 가는 길
다가오는 불안도 함께 어깨동무한다.
차가운 바람이 바짓가랑이로 스멀스멀
타고 오르고 온몸이 부르르 떨린다.
수많은 버스가 지나가도
내가 타야 하는 버스는 한 대이고
목적지에 데려다 줄 버스도 한 대이다.
가을비 부슬부슬 내린 어느 저녁 퇴근길
청춘 커플이 활짝 웃으며 마주 보다가
가볍게 입술 뽀뽀하고 버스 타던 아가씨
내 눈에 아른거려 마음이 훈훈하다.
따뜻한 버스 타자 근심이 사라진다.
사람 사는 일이 별거 아니라 생각하니
함박웃음 절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