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돌아가신 할머니의 105세 생신이 일주일하고도 하루가 더 지났다.
할머니의 생신은 늘 잊지 않았는데
올해 입원과 윤달이 겹쳐 할머니의 생신을 그만, 놓쳐 버리고야 말았다.
아빠가 가끔씩 물어본다.
"이제 할머니도 점점 잊혀지지? 원래 사람은 죽으면 금방 잊혀지는 법이야."
사람은 어른이 되면 부모의 마음을 이해할 거라고 하는데
난 아직 어른이 아닌가 보다.
아빠가 저런 말 할 때마다 속상하고 하다못해 아빠 입을 아예 꿰매 버리고 싶다.
왜 잊혀져.
누가 잊혀져.
우리 할머니가
나한테,
우리한테,
어떤 사람이었는데 잊혀져?
할머니가 없으면 나도 없다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아직도 내가 살아있음이 할머니께 죄송하고 또 죄송한데
그런 사람이 그렇게 쉽게 잊힌다고?
할머니 살아계실 때 그토록 효와 예를 강조하던 그 아빠가
이젠 할머니 잊으라고
그쯤이면 그만 됐고 너는 이제 니 삶 살라고 하는데
그게 그렇게 돼?
그럼 날 그렇게 가르치지 말았어야지.
뺨을 때려가며 날 가르치던 아빠가
이젠 할머니 잊으란다. 그만 보내 드리란다.
잔인하다.
난 못 잊어.
아니, 안 잊어.
우리 할머니, 내가 평생 챙겨 드릴 거야.
애인이 생겨도 할머니한테 제일 먼저 소개해 드릴 거고
결혼이라도 하게 되면 할머니에게 제일 먼저 알려드릴 거야.
세상에 가장 사랑받는 순간과 빛나는 순간을
할머니와 함께 할 거야.
할머니, 늦어서 미안해요. 생신 축하혀.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