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원작 읽기
김애란 소설집 <바깥은 여름 중>에 수록된 <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라는 단편을 읽고 원작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까지 감상했다.
영화 원작 읽기 모임의 과제를 만나면 책을 먼저 읽든지 영화를 먼저 읽든지의 순서에 대해 잠시 생각하게 된다.
한 달에 한번 읽는 작품들 중 책을 못 읽어서 어쩔 수 없이 영화만 보고 참석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독서를 먼저 하구 그 이후에 영화를 접하는 게 나의 성향에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다.
글로 표현된 내용들이 영상으로 표출되는 묘미가 참으로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만난 독서는 작가가 표현하려는 주제가 죽음을 두고 나뉘는 죽은 자와 남겨진 자의 조용한 단상들을 쓴 단편으로 알고 있다.
작가 김애란의 작품 세계와 더불어 영화를 만든 김희정 감독에 대해서도 조금씩 다가서며 알아가는 시간이 깊어가는 게 좋다.
잔잔하고 지루하게 전개되는 내용들과 단순한 브이로그 촬영 같은 분위기가 은근 나의 취향을 저격해서 잘 휘감기는 독서와 영화 감상이었다.
독서든 영화 감상이든 일단은 객관적인 시각으로 접근도 했다가 주관적인 몰입으로 대입하면서 나에게 죽음은 어떤 모습일까?
나의 죽음뒤 관계들은 어떻게 정립될까도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 속에서 다시 자신의 시간을 세운다는 것은 시간과 고통이 따르게 마련인 것 아닌가 싶은 생각도 하였다.
정체된 시간 속에서 지루하고 답답한 전개 중 영화 속 장치인 보드의 촤르륵 굴러가는 장면이 화들짝 놀라게 하며 에너지를 주는듯한 생각도 들었다.
소설에서는 내용도 짧고 단순해서 과연 이런 내용으로 러닝 타임을 채우는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 궁금해하며 영화를 보았는데 역시 각색을 하며 내용의 확산이 있었다.
죽은 자와 살아남은 자의 문제나 각자의 자리에서 해내야만 건널 수 있는 살아가는 방법들도 생각하게 되었다.
슬픔 속에 사람들이 선택하는 적응은 식음전폐라는 게 아닐까 생각하였다.
속상해도 슬퍼도 우린 먹는 것과 연관성이 생길 때가 많다.
그런 부분에서 내가 떠올린 기억은 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르며 잘 보내드리고 싶다는 책임감과 함께 나의 건재함이 곧 중요한 에너지라는 생각으로 남들이 보면 주책스럽다 여길 만큼 가족의 끼니를 챙기고 열심히 나도 끼니를 챙기며 죽음을 애도했던 기억이 있다.
아주 오래전 다큐에서 엄마를 잃고 좌절하던 여고생 주인공이 엄마가 떠나고 슬픔 속에서 헤어 나오는 첫걸음이 허망한 표정 속에 냉장고에 남겨진 검게 변색된 바나나와 우유를 먹으며 추스를 때 안도의 뜨거운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스쳤다.
소설이나 영화에서도 어떤 장치보다 와닿는 건 먹거리에 대한 인간의 의지를 표출하는 순간이었다.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오늘도 삶의 좌표는 묻고 또 정진하는 중이란 게 맞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