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

영화 원작 읽기

by 리단쓰

와일드 ㅡ 영화 원작 읽기

12월 영화원작 읽기 모임의 책은 '와일드'라는 논픽션의 에세이다.

세릴 스트레이드라는 여성이 직접 겪은 걷기 여정의 이야기를 적은 책이다.

책 표지에 기재된 숫자대로 4285km라는 어마어마한 거리를 걷기만으로 완주하는 체험이야기라 놀라웠다.

걷기 여정으로 잘 알려진 산티아고 순례길 보다 더 야생적이고 거친 위험한 여정인 것이다.

PCTㅡ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ㅡ라는 코스로 걷는 여정인데 멕시코 국경부터 캐나다 국경까지 야생의 길을 걷는 코스로 길이가 엄청난 것이다.

1994년도에 길이 정비되었기에 험난함이 추측되는 코스였다.

책을 읽으며 같은 길을 무작정 걸으며 최종 목적지까지 완주해야 하는 셰릴의 발걸음을 쫒느라 버거웠다.

단지 그 순간을 활자로 읽어나가는 것만으로도 중압감을 떨쳐낼 수는 없는 독서였다.

책을 읽는 내내 책 앞부분의 걷기 코스를 지도로 표시해 둔 곳을 보고 또 보면서 주인공은 어디 즈음 걷고 있으며 언제 즈음 마무리 되는지 조바심을 내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도대체 셰릴은 험난한 걷기 여정을 왜 시작했는지가 중요한 체크포인트가 되는 것이다.

27살의 여성이 50살이 되기 전 세상을 떠난 엄마의 부재와 상실감속에 방황하다가 절박한 마음으로 방황의 종지부를 찍고자 시작한 고난의 걷기라는 것이 마음을 묵직하게 만들었다.

이른 결혼을 시작한 자신의 삶도 종지부를 찍고 이혼과 엄마의 죽음 그리고 가족의 해체를 모두 떠안고 대장정의 길을 떠나는 스토리이다.

셰릴의 아픔들은 그저 멈추는 공간에서도 아팠을 테고 차츰 슬픔과 고통은 희석되기 마련이지만 그녀는 직접 자신의 발걸음으로 맞서는 방법을 선택하였기에 독자들은 그녀와 함께 PCT를 함께 걷게 되는 것이다.

셰릴의 엄마도 10대 시절 임신을 하며 결혼을 선택하지만 셰릴의 아빠는 건강한 사람이 아닌 폭력적인 사람이지만 그녀의 엄마는 흐르듯 순응적인 낙관론자가 되어서 아이들을 낳고 보듬으며 운명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자식들까지 폭력의 희생양을 만들 수 없기에 결국 아이들을 데리고 가출한다.

세파를 견뎌내며 늘 꿈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던 엄마는 결국 병을 얻고 힘겨운 투병생활 끝에 세상을 떠난다.

책 내용 중간중간에 셰릴이 힘든 도보여행을 하며 자기 성찰을 하는 방식으로 스토리가 전개되고 보인다.

엄마의 죽음을 건강하게 애도하지 못한 채 방황하는 셰릴은 남성편력과 마약까지 탐닉하며 망가지다가 원하지 않는 임신까지 하게 되지만 과감하게 낙태를 하고 이혼까지 마무리하고 자신만의 시간으로 걷기를 시작하는 것이다.

엄마가 죽고 나서 기나긴 방황과 방탕의 시간을 보낸 4년 7개월 3일 후에 시작된 걷기의 기록인 것이다.

야영생활의 모습과 날것 그대로의 대자연의 모습 그리고 예기치 않은 여러 가지 사건들을 이겨내고 결국 오리건주의 경계지점인 신들의 다리라는 곳에서 걷기를 마무리하게 된다.

그리고 20대의 셰릴은 30대가 되어서 새로운 남자와 결혼도 하고 아들과 딸을 낳고 일상을 꾸리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난다.

영화원작 읽기의 매력은 활자로 만나는 모습이 영상으로 어떻게 표현되는지가 궁금해지는 연관성에 있다.

이번 와일드라는 책 역시 주인공의 고난의 걷기와 위험한 야생살이 그리고 대자연의 모습이 어떻게 표현될지 궁금증이 생겼다.

영화는 19금의 표식이 있어서 인증 후 보게 되었다.

역시나 셰릴의 방탕한 남성 편력과 마약에 대한 묘사 때문에 그런 듯싶었다.

영화 속에서 끝이 없을 것 같은 걷기 속에서 셰릴은 자신의 과거의 시간과 끊임없이 만나며 다시 아파하기도 하고 이해하기도 하고 자책 속에 떨구기도 하면서 자신과 끝없는 화해를 해나가는 과정이 펼쳐진다.

책의 순서와 정확하게 일치하는 건 아닌 듯싶어도 포인트는 영화 속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었다.

평소에 나 자신도 걷기를 좋아해서 무작정 2시간 걷기 같은 묘미를 알기에 궁금하고 흥미를 끌기도 하였다.

11시간 동안 한라산을 등반하면서도 만감이 교차했는데 그런 만감을 몇 개월 동안 휘감는다는 것은 대단한 일인 것 같았다.

현재 버킷리스트로 적어둔 산티아고 순례길과 흡사할 수도 있다는 느낌으로 읽어나갔다.

책의 두께가 제법 되어서 밀도 있는 독서보다는 전체흐름을 따라가는 독서를 마쳤는데 산티아고 가기 전 한번 더 읽으며 글귀들을 집중해도 좋을 것 같았다.

와일드는 자기 자신의 상처를 알아채고 스스로 치유하려는 선택의 대장정이 담긴 멋진 독서였다.

매거진의 이전글색, 계 (色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