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 계 (色戒)

영화원작 읽기

by 리단쓰

영화 원작 읽기 모임에서 만난 장아이링의 소설 색계와 양조 위 탕웨이 주연의 영화 색계의 후기를 남긴다.

소설 색, 계는 실화를 바탕으로 1979년에 쓰인 단편 소설이다. 장아이링이 남편에게 들은 첩보실화를 바탕으로 쓴 작품으로 알려지고 있다. 무심히 던져준 암살 첩보 내용을 듣고 소설로 확장해서 구상한 장아이링의 필력이 대단하다고 생각되었다.


영화 색계는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작품이었다. 색계 영화는 2007년 개봉당시 영화관에서 보았지만 탕웨이의 수위 높은 노출씬과 과감한 정사씬이 화제가 되었던 터라 포커스가 자극적인 것에 국한되어 남아있었다. 그 당시 남편과 같이 보면서 찐한 정사씬 이야기도 나눈 기억이 스친다.


독서 모임을 준비하며 한번 더 보면서 대담하고 노골적인 베드신의 흐름에 감독의 철학이 있다는 것에 새삼 공감을 하며 보게 되었다. 여담으로 색계 영화를 찍으며 감독인 이안 감독의 열성과 완벽주의 성향으로 베드신을 11시간이나 찍었다는 이야기를 보았다. 3번의 베드신이 진행되며 탐욕의 기조만 표현하기보다는 주인공 둘 사이의 긴장이나 변화들을 담아내느라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색계를 보면서 미인계보다 더 깊은 느낌의 욕정으로 이끌어내는 색계라고 단순하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색'은 인간의 욕망적인 부분을 담고 있으며 '계'는 서로를 경계하는 팽팽한 긴장을 포함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무심코 색계라고 생각한 제목이 색, 계인 것이 놀랍다.


감상의 순서가 영화가 먼저 선택되었기에 소설로 만나 는 색계는 엄청 밋밋하고 담백한 이야기의 집결로 생각되었다. 원작이 먼저였기에 장아이링의 첩보 작전의 흐름도 묘사가 치밀하고 자연스러운 흐름을 보여주는 것에 감동이 남았다. 목적의식을 가지고 접근한 시작이었지만 남녀사이의 사건은 육체적 욕망을 배제할 수 없음을 간파한 이안 감독의 확장적 해석이 영화의 묘미를 충분히 이끌어 낸 셈이었다.


인간에게 있어서 형이상학적 이념보다 진하게 물드는 것은 육체적 교류가 무시될 수 없는 요인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흐르듯 풀어지는 소설의 스토리도 무난하게 다가왔고 양조위 탕웨이의 완급이 드러나는 연기도 참으로 찰진 느낌으로 감상한 영화였다.


경계의 돌무더기를 무너뜨린 둘 사이의 감정은 이분론적 해석으로 간단하게 규정짓기는 어려운 무언가의 낌새가 남는 '색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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