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원작 읽기
11월 영화 원작 읽기의 책은 일본 소설인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책이다.
책이 발간된 시기가 엄청 오래전인데도 내용이 고루하거나 뒤처지지 않게 설득력을 주는 독서가 좋았다.
청소년 권장 도서로 활용된다고 하던데 그 이유는 바로 책 구성이 소년의 성장기 같은 내용이라서 그런 것 같았다.
조카와 삼촌의 교류를 통한 내면의 성찰이 담아있는 구성인데 내용이 교조적인 느낌이 있어서 아쉬운 점도 있지만 일상의 에피소드나 고민의 흔적이 공감되는 부분이 있어서 좋았다.
주인공 코페르가 생각의 깊이를 더해가며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혀나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점이 흥미롭다.
일본 제국주의 시절의 비판이 포함되서인지 한때는 금서가 되었던 적도 있는 책이다.
책이 쓰인 시기가 오래된 시절임에도 현대 사회에도 적용될 수 있는 가치관들이 통하는 내용들이 있어서 많은 독자층을 얻고 있는 것 같다.
그동안 영화 원작 읽기의 경우에는 원작을 읽으며 영화 속 묘사가 궁금해지고 활자와 영상 간의 연결 고리를 느껴보는 재미가 있었다.
이번에는 영화가 원작에서 모티브만 빌려왔을 뿐 연결고리가 많지 않아서 특이했다.
더구나 영화는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으며 주인공의 설정이 새로웠다.
다만 원작과의 연결고리 장치는 영화 속 스치듯 잡히는 단서가 되는 책 한 권이 바로 원작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점이다.
원작은 주인공 코페르가 만나는 세상사를 고민하고 외삼촌과의 교류를 통해 해답을 찾으며 성장하는 성장소설이다.
영화 속 주인공 마히토는 화재로 엄마를 잃고 난 후 아빠의 재혼과 새엄마가 된 이모의 이복동생의 임신등 소년이 받아들이기에는 버거운 현실적인 문제 속에서 상상의 나라로 엄마를 만나러 가는 모험극의 설정이었다.
평소에 애니메이션의 관심이 거의 없던 나의 성향으로 만난 영화는 생경스러웠다.
글로 표현되는 영역보다는 구획을 엄청 방대하게 이용할 수 있는 애니의 영역이 새삼 매력으로 느껴졌다.
표현력의 한계도 넓히고 허구성도 확장할 수 있는 점이 은근히 빠져들게 하였다.
엄마가 살던 과거의 시대를 찾아간 후 마히토의 존재가 발현되기 전 젊은 엄마를 만나서 겪는 모험극이 역시 시공초월 모험극의 맛을 느끼게 해 주었다.
시각적 화려함과 구성의 황당함은 애니가 갖고 있는 장점이 모두 발현되어서 흥미롭게 감상하였다.
특히 영화 전반부에 출연하는 왜가리나 현생의 존재들이 다른 세계인 그곳에서 다른 인물로 존재해서 살아가는 모습의 표현이 이채로웠다.
그곳에서 현생으로 넘어올 때 각자의 운명이 결정되는 다양한 문을 표현한 것이 신기한 느낌이었다.
마지막에 마히토의 엄마는 정해진 운명대로 선택하는 문을 통과하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영화제작 기간이 7년이나 걸린 지브리 작품이라니 스케일이 놀랍기도 하였다.
감독도 밝혔듯이 원작은 제목과 주제만 얻어왔고 책은 본인이 엄마에게 선물 받은 책이라 모티브를 잡았다는 것이 흥미롭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자신의 이야기가 많이 녹아있는 영화인 셈이다.
개인의 회고가 담긴 영화인 만큼 감독 주변인물을 연상시키는 요소로 설정된 인물들이 왜가리, 키리코 할머니등을 포함시킨 것이라고 하니 설득력이 있었다.
그리고 자신을 애니메이션 세계로 이끌어준 멘토인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이 아마도 영화 속 할아버지로 표현된 것이라고 평가하는 점도 흥미롭다.
이번 회차의 독서를 통해 잔잔하게 떠오르는 나의 청소년기의 일기장도 점검해 보는 추억이 좋았다.
그리고 지브리의 다양한 애니에이션 세계의 관심이 생긴 영화 감상도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결국 우리의 인생은 성찰이 큰 필요조건이고 미래는 불투명하기에 지금의 시간에 충실하게 지내며 미래의 시간을 예측해 보는 게 최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