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줄넘기를 아세요?

by 리단쓰

음악줄넘기를 아세요?

사실 저도 음악과 줄넘기는 알고 있어도 ‘음악줄넘기’라는 것은 처음 알게 되었지요

그것도 바로 오늘 저희 반 교실에서요

담임 선생님은 시커먼 얼굴에 웃음을 띄우시고는 마지막 수업시간에 몹시 흥분을 하시며 저희에게 음악줄넘기에 대한 설명을 30분 넘게 하셨기 때문에

이해가 되었고 약간 신기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지요

“얘들아 드디어 우리 반의 힘을 보여줄 때가 왔다. 2주 후에 ‘음악줄넘기' 대회가 열리는데 우리 반 친구들이 모두 힘을 합쳐서 무언가를 보여주면 어떨까? “

음악줄넘기는 뭐고 힘은 무엇인지 아리송하기만 했다니까요. 1, 2학년 내내 줄넘기 5번 넘기기가 버거워서 엄청 고생하다가 3학년이 되어서야 허벅지가 조금 튼실해서인지 10번 이상 천천히 넘길 수 있는 실력이 된 저는 박초은이라고 하지요.

저희 반은 여자아이 18명, 남자아이 21명이 모여서 임길수 선생님과 함께 지내는 중이고요.


음악줄넘기는 말 그대로 음악을 틀어놓고 줄넘기를 하면서 무언가를 보여주는 것은 눈치채셨죠?

그런데 답답한 게 있다니까요. 글쎄 그걸 우리 반 여자아이들 18명이 모두 함께 해야 된다니 생각만 해도 어지럽고 지치고 그랬어요. 남자아이들은 줄넘기 오래 하기, 이어서 하기, 그런 것으로 대회를 한다니 그것도 어렵기는 하겠네요.


혼자서 깡충거리며 줄넘기를 넘기기도 힘든데 18명이 음악을 틀어놓고 10분 정도를 깡충거려야 한다니 고개가 절로 흔들렸죠. 절대로 안된다고 힘들겠다고 말이죠.


“초은아! 너도 학교운동장에 2시까지 꼭 나와. 음악도 정해야 되고 동작도 정해야 되잖아, 알았지? “


집으로 오는 길에 2학기가 되며 앞머리를 유난히 짧게 자른 유진이가 급하게 전하고는 휘리릭 신호등을 건너 자기 동네 아파트로 뛰어가버렸지요. 안된다고 설명할 틈도 안 주고 말이죠. 학교가 끝나고 2시라면 정말 제가 슬슬 바빠지기 시작하는 시간이거든요.


집에서 가방을 내려놓고 가지런히 정리된 가방함에서 첫 번째것을 빼어 들면 거기에는 ‘음악나라’ 피아노 학원 이름이 커다랗게 찍혀있는 주황색 가방이 저를 기다리고 있지요. 그 가방을 어깨에 메고 다음칸에 있는 미술나라 청색가방을 손에 들고 드디어 저는 학원 여행을 떠나게 되거든요. 그다음은 어디를 가는지 미리 묻지 마세요. 저도 숨이 차거든요.


우선은 4시 즈음에 집에 돌아와서 엄마한테 전화를 하면 조금 마음이 놓이기도 하거든요. 엄마는 문단속은 했냐고 꼭 확인하시고 정확하게 위치를 기억해 내시며

제가 먹을 그날그날의 간식을 알려주시고 전 그걸 찾는데 귀신이지요. 오늘은 금요일이니 정말 제가 젤루 바쁜 요일이지요. 주말을 잘 놀기 위해서는 금요일이 제일 바쁜 게 좋다는 엄마의 말씀대로 전 금요일은 아무 생각 없이 정해진 시간대로 보내다 보면 하루를 다 보내게 되는 거지요. 간식 먹고 나면 컴퓨터도 나랑 놀아달라고 졸라대는 것 같고 재미난 만화영화 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도 살짝 켜보게 되지만 얼른 마음을 바꾼답니다.

왜냐고요? 엄마는 어떻게 그렇게 내 마음을 잘 아시는지 꼭 그럴 때 전화를 하시거든요.


“초은아, 컴퓨터 켜면 안 된다. 그리고 텔레비전은 한번 틀면 자꾸 보고 싶어 지니까 리모컨은 절대 꺼내지 말고 간식 먹으면 얼른 영어학원 다녀와. “

심통이 잔뜩 난 나는 현관문을 쾅 닫고는 혹시나 싶어서 손잡이를 비틀어 보다 괜히 화가 나서 현관에 붙어있는 번호키를 붙잡고는 엄마의 핸드폰 번호를 찍어봅니다.

‘엄마, 나 컴퓨터도 참고 만화영화도 안 보고 영어학원 갔다가, 과학학원, 수학학원까지 다녀오려고 나가요.‘

마음속으로 있는 힘껏 소리를 질러보고는 학원을 가는 게 바로 저의 생활이거든요.

사실 저만이 아니라 친구들도 저랑 비슷하게 보내기는 하는 것 같은데 그래도 어떤 애들은 엄마한테 덤비고, 속이고 하면서 6시까지는 재미나게 놀다가 집에 가면 엄마가 깜박 속는다고 자랑하기도 하더라고요.

그런데 전 그게 안되죠? 그냥 시간 정해진대로 다녀오는 게 더 편하거든요

어쨌든 오늘같이 새로운 일이 생기면 엄마한테 알려드리기는 해야죠.

“엄마, 우리 반 전체가 함께하는 줄넘기 대회가 있는데 저도 나가도 되나요?”

“초은아! 그거 수행평가 아니니? 그럼 너만 빠지면 안 되겠지?”

“학원을 가야 되는데 연습하려면 시간이 겹쳐서요...”

“으음....”

엄마도 저만큼 고민이 되시나 봅니다. 금방 해결을 못하시고 계시니까요.

“그래, 일단 오늘은 친구들하고 연습하고 엄마가 자세한 건 저녁에 알아볼게. 문단속 잘하고 친구들하고 연습하고 와. “

생각보다 학원을 빠지는 건 쉽네요. 전 학원은 영원히 빠질 수 없는 곳인 줄 알았는데.....


아파트에서 왼쪽으로 휙 돌아서면 학교정문이 멀리 보이고 길가 담장을 통해 보이는 건 정말 생각보다 많은 우리 반 여자친구들의 모습이었지요.

등나무 의자 앞에서 줄넘기로 땅을 쳐대는 정선이와 소이가 유진이 한데 싫은 소리를 듣는지 얼굴이 벌게져 가지고 서있네요. 은희는 카세트에 테이프를 끼우며 열심히 음악을 고르고 있죠. 다른 친구들도 혼자 줄넘기 연습하는 친구, 의자에 앉아 아이스크림 먹는 친구..... 어쩜 교실에서 만난 친구들의 모습과 너무 달라서 참 신기했어요. 참! 제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거 이야기 안 했지요? 전 뭐든지 그림으로 남기는 게 좋거든요. 일기보다는 그림일기를 좋아하는 것도

그런 이유지요. 제가 항상 갖고 다니는 예쁜 편지지 수첩에 전 친구들의 모습 하나하나를 그렸지요.

정말 1,2명만 빼고는 저희 반 여자아이들이 모두 모여있었고, 그 표정과 모습이 모두 달라서 깜짝 놀랐지요. 교실에서는 그 표정이 그 표정이었는데....


“우리 엄마는 담임 선생님한테 전화하셔서 이번 음악 줄넘기가 수행평가에 들어간다는 것 확인하고는 간신히 학원을 빠져도 좋다고 하시더라.. “

“어... 우리 엄마도 학교에 전화했는데...”

수군수군 떠들어대는 소리가 정확하게 들리지는 않아도 거의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지요. 저 또한 엄마가 수행평가부터 확인했으니....

아마도 수행평가라는 말이 안 나왔으면 저희 반 친구들은 지금쯤 모두 학원에 있어야 되는 거고요.

역시나 소란스러운 우리 반 친구들을 조용하게 만드는 건 지수의 우렁찬 목소리가 아닐까요?

“얘들아, 시간 없어. 모두 모여봐. 지금 은희가 음악을 정하고 있으니까 그동안 각자 줄넘기 연습을 하고 있어. 그래야지 동작도 정하고.... 야! 너희 뒤쪽에서 계속 아이스크림만 먹고 있을 거야? 정말 짜증 나. 도움 안되게.... “

지수는 쓰고 있던 모자를 뒤로 휙 돌려쓰며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수다에 정신없는 친구들에게 소리를 질러대며 달려가네요. 정말 지수의 눈동자가 어찌나 큰지 전 그리면서도 키득키득 정신이 없다니까요. 여기저기 뛰어다니던 지수의 입에서 드디어 제 이름이 나온 걸 보니 얼른 저도 그림을 정리하고 달려가야 되겠네요.

도대체 몇 시쯤일까?

운동장 가운데 시계를 보니... 세상에 5시가 되고 있어요. 이제 겨우 음악을 정하고 줄넘기 수준을 잘하는 친구와 못하는 친구로 나누어 2조로 나눈 게 전부인데요. 배에서 쪼르륵 쪼르륵 간식시간이라고 신호가 한창이네요. 항상 4시 즈음에는 무언가를 먹던 버릇이 있어서요. 학원에서 공부하는 것만큼 힘드네요.....

3시간 동안 음악 가지고 엄청 싸우고, 2조로 나누면서 자기가 잘한다고 너는 못한다고 하면서 싸우고......

결국 음악은 이정현의 서머댄스가 보아의 아틀란티스의 소녀를 이기고 결정되었죠.


사실은 은희의 강제적인 결절 때문에 된 것도 있지만요.

은희는 다른 친구들은 생각지도 못한 카세트와 테이프를 챙겨 왔기 때문에 아무래도 은희가 좋아하는 노래로 결정된 거 같거든요. 두 노래 중에 좋은 걸로 손을 들면 간단하게 결정되는데도 무조건 은희는 이정현 노래가 잘 들린다고 우기면서 결정된 거죠.

다른 친구들은 그럭저럭 넘어가는데 유진이는 엄청 화가 나서는 등나무 의자에서 일어설 생각도 안 하니...

“야, 지금 노래만 가지고 되니? 줄넘기하고 맞아야지. 그게 음악줄넘기지? 은희 너는 잘 몰라..... 난 재즈댄스를 배웠기 때문에 잘 안다니까 음악은

동작하고 맞아야 돼. 줄넘기도 하기 힘든데 음악까지 그렇게 빠르면 어떻게 되겠니? 보아 노래는 중간중간 잠깐 줄넘기 들고 쉴 시간이 있다니까 “

“지금 보아 노래도 다 들어봤잖아. 괜히 우기고 난리야. 너 유진이 자기가 좋아하는 가수로 정하려는 것 다 알아.. “

“야, 난 이정현도 좋아해.. 내가 집에서 이것저것 다 들여다보면서 생각해 둔 동작이 있다니까 우리가 하기에 제일 편하고 예쁜 동작이 보아 노래하고 맞는다니까.. “

솔직히 전 유진이 춤솜씨를 작년 학교 행사에서 보았기 때문에 기대가 되었지요. 저럴 때는 한번 시범으로 보여주면 좋을 텐데..... 제 목소리는 그런데 이렇게 작아서 혼자 웅얼거리는지.....

결국 카세트 주인의 힘으로 은희가 좋아하는 이정현의 노래로 결정되었죠. 지수의 아이디어로 줄넘기를 잘하는 친구들 5명이 한 줄, 못하는 친구들 4명이 한 줄로 서고 그 뒤도 5명, 4명이 서면 저희 반 여자친구들 18명이 예쁘게 줄을 서게 되는 거지요..

정말 지수는 수학경시대회에서 항상 금상을 받는 아이라는 게 확실하네요. 전 음악 가지고 싸울 때 자리는 어떻게 서서 할까 걱정이 은근히 되면서 배가 더 고파졌거든요


“얘들아.. 나하고 유진이가 떡볶이 조금 사 갖고 올 테니까 각자 줄넘기 연습 좀 하고 있을래? 너희들 배고프지? “

“야~ 회장은 역시 다르구나 간식도 쏘고,,, 대단해요~~”

조금 전까지 심통 부리던 유진이만 데려가는 지수가 섭섭한지 은희는 괜히 심술스러운 목소리로 싸움을 거네요

참 이상해요. 유진이하고 은희는 뭐든지 반대편에서 싸우니 2학년때도 같은 반이라서 그렇게도 으르렁대더니 3학년때는 더 심해지네요. 어쩌죠?

빨리 지수가 간식을 사 와야 하는데 싸움이 길어지면......

~~ 허니 넌 너무 아찔한 거 아니 오오오~~

이정현의 신나는 노래가 울려 퍼지고 4줄로 선 친구들은 유진이가 사이사이 설명해 주는 동작대로 줄넘기를 한번 넘기기도 하고 연속해서 두 번 넘기도

하고 어긋나게 넘기도 하고 갑자기 뒤돌아서 넘기도 하고 옆짝꿍하고 자리를 바꾸기도 하고...

세상에! 전 너무 놀라서 그나마 못하는 줄넘기가 자꾸 발에 걸려서 쩔쩔매면서도 왜 그렇게 기쁘고 가슴이 뛰는지 그런 기분은 뭘까요?

전 당연히 맨 뒷줄 중간즈음 잘 안 보이는 자리이긴 해도 우리 반 친구들과 함께 서서 할 수 있다는 게, 아니 우리 반이라는 게 이렇게 자랑스럽기는 정말 처음이라니까요.

땀을 흘리며 여기저기 고쳐주며 소리치는 유진이랑 지수가 아니었으면 전 그런 우리 반 친구들의 모습을 그려보고 싶어서 손이 근질거렸지만 꾹 참으며 저녁에 집에 가자마자 그려야지 머릿속에 장면 하나하나를 그려 넣느라 정신이 없었다니까요.

이제 음악줄넘기가 무언지 아시겠지요? 저도 겨우 10살이긴 해도 왜 저희 담임 선생님이 그렇게 흥분하시며 그날 설명을 하셨는지 알 수 있어요

선생님은 저희가 느끼게 될 이런 기분을 미리 아셔서 그런 게 아닐까요?

궁금하시다고요?

당연히 저희 반은 1등을 하고 그날 다시 등나무 의자에서 엄청난 간식을 놓고 친구들과 파티를 했고요.

놀라운 건..... 정말 제가 생각해도 놀랍고 기쁜 건... 저희 반 친구들이 가을맞이 교실 꾸미기 대회에서 무얼 하기로 했는지 아세요?

너무 놀라지 마세요...

저희 반 어린이 학급회의 시간에 결정된 건데요.

저희 반은 협동화를 그리기로 했어요.

몇 명이 한 조가 되어 그리고 색종이로 모자이크 해서 커다란 저희 교실 게시판을 꾸미기로 했거든요.

그런데 그림주제가 뭘까요?

제가 틈나는 대로 그려둔 친구들의 연습하는 모습이 너무 좋다며 은희랑 유진이가 처음으로 한마음이 되어서 추천했다고요. 10장의 그림을 잘 정리하면 정말 멋진 음악줄넘기의 모습이 그림으로 표현되는 거지요!

그림 제목이요?

그것도 물론 저희 반 친구들은 멋지게 결정하겠죠?

저희 반 협동화 꼭 보러 오세요.. 학교 위치는요..

어디에나 있죠! 아파트옆 어느 초등학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