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지켜본다는 것은

by 리단쓰

오늘 생애 처음 위내시경을 예약하고 유방암 검사를 하는 막내딸의 건강검진일이다. 은근 긴장하는 딸과 강남 쪽 카페 나들이도 할 겸 겸사 길을 나섰다. 어제 퇴근 후 금식 전 든든한 식사로 연어 스테이크를 준비해 주었다. 평소 물먹는 하마라는 별명인 막내딸은 금식보다 금수를 힘겨워하고 이른 아침 건강검진을 시작했다. 막내는 접수 전 대기하며 엄마는 1층 카페에서 브런치 즐기라고 하며 미리 가라고 했지만 나는 표현은 안 해도 요즘 위가 안 좋은 듯싶은 막내가 걱정되어서 탈의실 갈 때까지 같이 있었다. 그리고 기초진료실 쪽 어른거리는 막내가 안으로 사라질 때까지 살피다가 1층 카페로 가서 브런치세트를 주문하며 핸드폰이 없어진 걸 알았다. 화장실도 가보고 혹시 몰라서 검진센터에 올라가서 앉았던 자리를 보니 핸드폰이 딱 놓여 있었다. 수면 내시경으로 긴장하는 막내딸 걱정에 두리번거리다 정신없이 핸드폰을 두고 온 것이었다. 60이 넘은 엄마도 어릴 적 딸을 걱정하는 마음으로 가만 20여 년 전 육아일기 한편을 길어 올려서 회상에 젖어본다.

상#의 유치원행이 요즈음 독립적으로 되어가고 있다 이제 금요일이니 1주일째로 접어들고 있다.

"상#도 이제 진짜 언니가 되었네 혼자서 유치원 가고 신발도 정리하고 그렇지?"

"으음, 그런데 엄마 요즈음 자꾸 이상한 마음이 든다" 신발을 꿰어신으며 상#는 자못 심각해진다.

"괜히 슬픈 생각이 생겨"

"엄마가 유치원 앞까지 같이 가줄까?"

고개를 흔들며 상#는 혼자서 씩씩하게 인사를 하고는 태연해진다.

"유치원 다녀오겠습니다"

비까지 부슬부슬 내리고 커다란 우산을 들고 혹시 주차장에서 후진하는 차를 못 볼까 엄마는 내심 걱정이 앞선다. 월요일부터 했던 대로 상# 인사를 태연하게 받고 뽀뽀를 하고는 현관문을 닫자마자 살금살금 상#의 뒤를 밟는다. 생각보다 의연하게 주변을 살피며 상가를 오른쪽으로 끼고 돌아서 유치원에 들어선다. 유치원 담장나무에 몸을 숨긴 채 상#를 조심스럽게 지켜보며 실실 웃음이 새어 나온다. 힘들게 우산을 접고 물방울을 튕겨내고 신발을 벗어서 한쪽 손에 들고는 신발장으로 향하는 것까지가 상#를 볼 수 있는 최대한의 가시거리이다. 다른 이의 눈길에도 아랑곳없이 엄마는 엉덩이를 쭉 빼고 교실로 들어선 적막한 유치원 입구를 잠시 바라보다 부슬부슬 예쁘게 내리는 빗속으로 돌아선다. '상#는 모르겠지?' 순간 가슴이 찌르르 엄마야말로 이상한 기분이 되어버린다. 누군가 그 사람이 몰라도 그를 지켜주고 싶은 마음, 아련함과 저릿함, 그리고 흐뭇함 적적한 싸한 알 수 없는 정체의 슬픈 흔적! 누군가를 지켜본다는 것은 결국 내 안에 무언가를 들여다보는 것처럼 조심스럽고 갸웃거리게 만드는 것이 분명 있다. 사랑한다! 5살배기 기특한 상#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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