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대이야기

by 리단쓰

오늘은 남편과 순댓국 브런치로 하루를 열었다.

무언가 순댓국은 뭉근하게 떠오르며 먹고 싶어 지는 마음이 생길 때 먹어주면 은근 힐링 푸드가 되었다.

나는 순댓국을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고 얼마큼 좋아하는지 이야기를 풀어나가며 남편은 결혼 후 병천순대의 맛을 알게 된 때가 아닌가 하고 추측했다.

찐 순대맛을 알게 된 계기로는 맞는 이야기인 게 결혼 후 돌아가신 아버님이 계신 병천에 있는 공원묘지 부근의 아우내 장터는 유관순 열사가 만세운동을 봉기시킨 장소이면서 병천 순댓국의 집결지인 장소였다.


시댁 행사로 성묘를 가게 되면 대가족이 빙 둘러앉아 순댓국 한 그릇씩을 맛나게 먹고 헤어지는 게 규칙으로 정해진 듯 이어진 루틴이었다.


큰딸을 임신했을 때는 더욱 맛나게 먹었고 큰딸 출산 후 돌아가신 어머님까지 합장으로 모신 후는 우리 가족끼리 여행 가듯 자주 다닌 곳이 병천이었고 두 딸도 성묘를 가면 병천 순대 먹는다고 좋아라 하였다. 아쉽게도 단골집 시장순대가 문을 닫고 고리 한 찐 맛을 내는 순댓국집은 없어지고 정제된 순댓국집만 즐비해서 실망스럽지만 그런대로 차선책으로 충남집 순대로 갈아탔다.


그런데 돌이켜보니 나는 순대를 초등학교 때부터 좋아했다. 엄마가 시장에서 직접 만드는 집을 단골로 정해두고 뜨끈한 순대를 간식으로 자주 사다 주신 건 우리 4남매가 모두 좋아했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건 여동생은 싫었다 하니 나는 맛나게 먹느라 몰랐던 것이다.


그러다 큰딸 임신했을 때 너무 자주 생각나는 음식이 순댓국이었다. 그 당시 구로공단 부근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던 시절이었는데 그곳 대림시장의 고리 한 순댓국집을 남편과 다니며 입맛이 터져서 몸이 고된 날은 어린이집 일정을 마친 후 혼자서도 8시 즈음 뒤뚱거리며 술꾼들 옆에서 코를 박고 순댓국 한 그릇으로 원기 보충했던 기억이 났다.


94년도 여름은 치열하게 무더웠고 임산부 식욕은 더 치열하게 타올랐다. 비슷한 임산부 시기를 보내던 친구가 순대가 먹고 싶다니 옳다구나 싶어서 신림동 순대타운의 순대볶음을 먹으러 두어 번 다녔던 추억이 있었다. 신림동 순대 타운은 볶음도 맛나지만 백순대라는 메뉴는 그냥 순대를 불판에 구워서 고추장이나 소금을 찍어서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었다. 한 달 차이 만삭 임산부가 두 명이나 첫 손님이라고 주인아주머니는 오늘은 운수대통이라며 좋아라 했고 우리 둘은 그저 맛나게 먹었을 뿐이었다. 그러다 얼마 안 된 시기에 곧 또 먹으러 갔다. 주문 후 아주머니가 우릴 기억하며 지난번 왔던 날 진짜 매상이 엄청났다고 반가워하며 서비스로 1인분을 더 주셨다.

우리 둘은 임산부와 매상의 상관관계를 어리둥절하면서 배부른 상태에서 진짜 배 터지게 다 먹어치우고 얼마뒤 친구는 아들을 낳고 난 딸을 낳았다.


나의 인생 스토리에 순대를 떠올리니 굉장히 오래된 추억들이 고구마 넝쿨처럼 줄줄이 끌려 나오니 놀랍다.

오늘 역시 남편과 순댓국을 완뚝하며 진짜 순댓국은 힐링푸드라는 걸 새삼 확인하고 추억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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