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마중길

도심 속에서 만난 평온한 숲길

by sandra

서초동에 뿌리를 내리기로 결심한 이유 중 하나는, 천천히 걷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몸이 편안해지는 길마중길이 있기 때문이었다.

울창한 나무들이 만들어 주는 시원한 그늘과 평평하게 이어진 길은, 왕복 4km에 달하는 산책로임에도 전혀 멀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 길은 일손을 접고 고국에 돌아와 노후를 보내는데 필요한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었다.


길마중길은 일상의 분주함을 내려놓고 걷기에는 더없이 좋은 길이다

그래서인지 이 길은 오래전부터 주민들의 사랑을 받아 왔고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속도로 길을 걷고 있다.

또 반려견과 함께 여유로운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정겨운 풍경을 더해준다.


예전의 길마중길도 충분히 정겹고 소박했지만 , 최근에는 길이 더욱 넓고 쾌적한 숲길로 단장되면서 도심 한가운데서도 숲의 평온함을 느끼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잘 정돈된 길 위를 걷다 보면 , 멀리 떠나지 않아도 자연이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이 실감 난다.

특히 새롭게 조성된 황톳길은 이 길의 또 다른 매력이다.

재정비된 황톳길은 젖은 황토, 마른 황토 길로 섬세하게 나뉘어 있어, 각자 편한 방식으로 걸을 수 있게 되어있다.

신발 보관대와 걸은 뒤 발을 닦을 수 있는 공간, 잠시 앉아 숨을 고르며 또 지인들끼리 대화도 나눌 수 있는 쉼터까지 잘 갖추어져 있다.

그 세심함 덕분에 이 길은 단순한 산책로를 넘어 몸과 마음을 함께 돌보는 공간처럼 느껴진다.

나도 언젠가는 맨발로 그 황톳길을 천천히 걸으며 그 부드러운 감촉을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길의 또 하나의 즐거움은 계절마다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 그때마다 늘 새로운 감동으로 우리를 맞아 준다.

요즘에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아파트 뒷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길마중길의 풍경이 시작된다.

연둣빛 새순이 돋아나는 나뭇가지 사이로 형형색색의 봄 꽃이 피어나 길을 채우고 바닥에는 보랏빛 제비꽃이 앙증맞게 피어올라 눈길을 사로잡는다.

노란 산수유와 고고하게 피어난 하얀 목련, 그리고 바람의 결에 따라 흩날리는 벚꽃잎들까지.

그 곁에는 근래에 심은 튤립도 예쁘게 한자리 차지하고 있고 영산홍 꽃봉오리들도 불긋불긋 얼굴을 내밀고 있다.

아마 보름쯤이 지나면 길 전체가 하나의 화려한 봄 정원으로 변해 있을 것이다.

그 화사한 모습이 벌써부터 눈에 선해 걷기도 전에 마음이 먼저 설렌다.


그래서 이 아름다운 숲길은 누군가에게는 운동을 위해 찾는 건강한 산책길일 수 있고, 누군가에겐 생각을 정리하는 사색의 길일 수도 있다.

그리고 우리 부부에게는 나란히 걸으며 하루의 이야기를 나누고, 말없이 함께 걸어도 편안한 시간을 선물해 주는 건강을 위한 산책로이자 소중한 쉼터가 되어 주고 있다.

길마중길을 걷다 보면 , 굳이 멀리 떠나지 않아도 우리 곁에 이렇게 다정하고 고마운 쉼터가 있다는 사실이 참 감사하게 느껴진다.


*햇살이 내려앉은 오후, 나무 사이를 걸으며 찾는 도심 속 쉼터. 서초 길마중 황톳길*


*소박한 돌담 안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튤립, 봄이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왔음을 실감 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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