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쓸쓸함을 채우는 레고와의 사랑
남편의 유별난 레고 사랑은 사위에게서부터 시작됐다.
미국에 있는 딸아이 집에 방문했을 때, 집안 곳곳을 장식한 사위의 레고 작품들을 보았다.
미니멀하고 심플한 인테리어를 선호하는 딸은 거실 여기저기를 차지한 레고 자동차들이 은근히 불편한 기색이었지만 , 남편의 눈은 이미 그 정교한 모습에 매료되어 있었다
남편의 매료된 마음에 불을 지핀 것은 어린 손녀였다.
어린 손녀는 레고를 매우 좋아했고, 작은 손으로 레고 브릭을 그릇에 색깔별로 구분해 담아놓고 고사리 같은 조그만 손을 움직여 하나둘 형태를 만들어가는 모습이 얼마나 대견하고 사랑스럽던지.
하나의 세트로 서너 모델을 만들 수 있는 레고로 기타도 만들고 포클레인도 조립하며, 누구의 도움도 거부한 채, 해체 작업만 할아버지에게 맡기는 손녀의 당당함에 온 가족이 한바탕 웃음꽃을 피우기도 했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 사위는 미국에서도 구하기 힘든 귀한 모델이라며 큼직한 자동차 레고 세트를 선물했다
귀국한 남편은 시차 적응도 잊은 채 며칠 밤낮을 레고 조립에 몰두하더니 기어코 멋진 스포츠카 한대를 를 완성했다.
그리고는 내가 정성껏 가꾸어 온 거실 탁자 한가운데에 작품을 올려두고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처음에는 나도 딸아이와 비슷한 마음이었다.
집안의 조화를 깨뜨리는 것 같아 은근히 눈치를 주었고, 그 첫 작품은 이곳저곳으로 옮겨 다니다 남편과 의논 끝에 결국 동생네 집으로 입양을 보냈다.
딸과 사위는 미국에서도 구하기 힘든 모델이라며 아쉬워했고 남편 역시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 순간, 남편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는 생각에 내 마음도 이내 불편해졌다.
그 마음이 전해졌을까? 아빠가 레고에 진심이라는 걸 알게 된 딸은 정기적으로 미국에서 레고박스를 보내오기 시작했다.
이제 남편은 택배가 도착하는 날이면 세상 무엇보다 진지한 표정으로 레고와의 사랑에 빠져든다.
며칠간의 집중 끝에 멋진 차가 완성되고 근사한 오토바이가 탄생한다
나 역시 이제는 남편의 순수한 즐거움을 인정하기로 했다
남편의 행복을 위해 아끼던 인테리어 소품들을 하나둘 정리하며 자리를 내어준다.
주름진 손으로 수천 개의 작은 브릭을 맞추며 즐거워하는 남편의 모습을 보니,
이제는 거실을 넘어 방 하나를 온전히 남편의 레고전시장으로 비워줘야 할 것 같다.
*남편의 손끝에서 완성된 작은 드림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