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네덜란드 유럽 주재원으로 근무했을 때 중년에 갖 접어든 네덜란드 회계 여직원이 있었는데 회계 업무는 잘 처리했지만 근태에는 문제가 많았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네덜란드는 국가 차원에서 직원 복지 정책이 좋았는데 직원이 몸이 좀 아파 출근하기 힘들다고 회사에 전화를 하여 병가를 구두 통보하면 회사는 무조건 쉬게 해야 하고 2주간은 연락도 자제해야 합니다. 만일 병가 후 2주가 지나지 않았는데 회사가 직원에게 전화하여 "얼마나 아프냐, 회사에 언제 나올 수 있냐"등을 묻는 것 자체가 법에 어긋나기 때문에 직원은 2주간 회사의 간섭을 전혀 받지 않고 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때 병원진단서 같은 서류 제출 의무는 없고 단지 아프다고 전화만 하면 됩니다.
2주가 지나야 해당 병원에 신고하고 정식 병가 절차를 밟기 때문에 이런 정책을 악용하는 직원은 병원 신고 직전인 정확히 2주 후 출근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만일 병가 2주가 넘어 병원에 신고를 하는 경우라도 의사가 직접 확인을 하는 것이 아니고 직원이 자신의 증상을 설명하고 의료 기관에 등록을 하는 것이기에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병가 기간을 늘릴 수 있습니다. 단 병가 기간 6개월이 지나면 의사의 관리가 들어가고 2년이 되면 회사가 해고를 할 수 있으며 병가 기간에는 급여의 80 % 만 지불합니다.
물론 아프면 쉬어야 하지만 이런 정책을 악용하여 실제로는 그다지 아프지 않은데 아픈 척하며 쉬는 경우도 종종 발생했습니다. 당시 저희 회계 직원도 이러한 복지 정책을 악용하는 편이었는데, 한번 아프다고 전화를 하면 대부분 2주 출근하지 않았습니다. 어떨 때는 자신의 고양이가 죽어 마음이 너무 아파 일을 할 수 없는 심신 미약 상태라고 2주일을 쉰 적도 있고 9.11 이 터졌을 때는 저희 사무실이 여객기가 오고 가는 항로에 위치해 불안하다며 심적 불안감을 호소, 장기간 쉰 적도 있었습니다. 어느 해는 계산해 보니 출근한 날보다 병가로 인한 결근일이 많았고 이 때문에 비싼 비용을 치르고 임시 전문인원을 고용한 적도 있었습니다. 이 직원은 회계 담당이었기에 이렇게 근태가 불량하면 회사 운영이 쉽지 않고 근태 불량 기간이 늘어날수록 회사의 유/무형의 손실은 커지게 되기에 제 후임 주재원이 사례들을 모아 해고하려고 법정 투쟁을 벌였고 결국 일정 금액의 전별금을 주고 나서야 겨우 회사에서 나가게 했습니다. 제 후임의 표현을 빌리면 회사에 그렇게 손실을 주고도 끝까지 한 푼 더 챙기려는 그 행태가 정말로 징글징글했다 하더군요.
이 여 직원은 결혼은 하지 않고 남자친구들만 계속 사귀었는데 한 번은 남자 친구가 크리스마스이브에 도끼를 사용한 폭력을 행사하여 친구집에 급히 숨은 적도 있고 또 어떤 한량 남자 친구는 이 직원과 동거하며 집에서 놀고먹으며 이 여직원을 물주로 활용하는 등 이성 관계가 평탄치 않았습니다. 이런 평탄치 않은 이성 관계가 그녀의 심성을 약화시켜 불성실한 근태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가끔 그녀의 편에서 생각도 해 봅니다.
다행히 몇 년 전 좋은 남자를 만나 (남자 간호사라 합니다) 담배도 끊고 취미 생활도 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오랜만에 SNS를 통해 연락이 왔습니다. 반갑기는 했지만 자신이 취직할 경우 추천장을 써 달라는 요구도 함께 해와 당황스럽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보여준 불량한 근태를 생각하면 저에게 이런 요청을 한다는 게 것 자체가 뻔뻔하다고 느껴졌지만 일단은 고려하겠다고 립서비스를 했습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추천장 요청이 없었고 이제 중년을 훌쩍 지난 그녀의 나이를 생각하면 앞으로도 없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