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인터넷의 발달에 힘입어 친구 찾기 열풍이 불었습니다. 그리운 옛 친구들에게 연락할 길이 없어 막연하게 옛 추억을 떠올리며 그리워만 했던 친구들을, 인터넷 기반 플랫폼들의 등장으로 현실에서 만날 수 있는 새로운 세상이 열린 것이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세이클럽, 아이러브 스쿨등과 같은 인터넷 사이트등을 통해 과거 친구들을 찾았던 것 같습니다. 저는 당시 유럽에 있었지만 위와 같은 사이트를 통해 초등학교, 중학교 친구들을 찾을 수 있었고 길게는 20여 년 만에, 온라인상으로나마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 반갑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한 시절이었습니다. 서로 근황을 물어보는 초기 단계를 거쳐, 서로 온라인 게시판에 일상사를 공유하고, 이후 온라인을 벗어나 주기적으로 오프라인 만남을 갖는 것으로 만남이 진화되었고 친구들을 모아 여행겸 먼 지역에 살고 있는 친구를 단체로 방문하여 회포를 푸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유럽에 있는 저는 오프라인 만남이 불가능했지만 친구들이 보내오는 모임 사진들을 보며 어릴 적 기억과 성인이 되어 징그러워진 (?) 친구들의 얼굴을 비교해 보는 소소한 즐거움을 누렸습니다. 이러한 친구 찾기 열풍은 수년간 지속되다가 서서히 사라졌는데 아마 SNS의 발달로 친구들의 근황을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어 별도로 친구들을 찾을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일 것이며 열풍 초기와 같이 친구들이 직접 만나 회포를 푸는 모임도 자연스럽게 줄어들었습니다.
친구 찾기 열풍은 보고 싶은 벗들을 서로 만날 수 있게 해 준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지만 부정적인 영향도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청춘의 일부분을 공유했던 친구들은 비록 오랜만에 만났더라도 금방 친해집니다. 이는 남녀 친구 사이에도 예외가 아니어서 오랜만에 만난 남녀동창들이 가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눈이 맞아 불륜 사이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는 2000년대 초중반에 유행했던 기혼자들의 애인 만들기라는 나쁜 열풍에 일조를 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