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저희 사무실 청소를 해 주는 아저씨가 있었습니다. 일주일에 세 번 청소를 해 주셨는데 정확한 국적은 알지 못하지만 생김새나 언어를 근거로 추측해 보면 남미 출신인 것 같았습니다. 이분의 첫인상은 결코 호감형이 아니었습니다. 처음에는 약간 섬뜻할 정도로 적대감과 차가움을 느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성품이 진국이라는 것을 느꼈으며 웃을 때는 첫인상과는 180 도 다르게 훈훈한 모습이었습니다. 정말 사람이 인상 쓸 때와 웃을 때 모습이 이렇게 다를 수도 있구나라고 느낄 정도였습니다.
한 번은 눈이 많이 와서 사무실 주차장에서 차바퀴가 헛돌아 난감한 상황이었는데 어디선가 이분이 달려와 자동차를 혼자 힘겹게 밀어주어 위기 탈출을 했는데 고맙다고 인사를 하기도 전에 손을 흔들며 쿨하게 사라지셨던 그 순간은 저에게 은인이자 영웅이었습니다. 그분은 10대 후반의 아들과 딸이 있었는데 둘 다 인물이 좋고 성품도 좋았습니다. 마침 저희가 근처에 이사를 갈 일이 있어 제 침대와 베란다용 그네를 처분해야 했는데 팔 수는 없고 버리자니 번거롭고 아까와 청소부 아저씨에게 부탁했더니 그의 아들과 딸이 함께 저희 집에 와서 몇 시간 동안 분해하여 자기 집으로 가지고 갔습니다. 저는 저희 침대와 그네를 이 아름다운 젊은 친구들이 계속 사용한다니 기쁘고 뿌듯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청소부 아저씨가 약 1주일간 보이지 않았다가 사무실 청소를 하러 오셨는데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머리는 1 주일새 거의 백발이 되었고 얼굴은 제가 처음 볼 때 보다도 더욱 굳어 있었습니다. 제가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으니 자기 아들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하더군요. 이분은 영어를 거의 하지 못해 그동안 의사소통은 손짓 발짓으로 해 왔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소통에 별 문제는 없었습니다) 이날은 대화 없이 그분의 슬픈 눈만 보아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이 갔습니다. 그분은 눈물을 흘리며 "아들이 갑자기 죽었다. 심장마비였다. 18살밖에 되지 않았다".라고 약간의 영어와 슬픈 몸짓으로 저에게 아들의 죽음을 전해 주었습니다. 저희 집에 와서 웃으며 침대와 그네를 해체하던 그 아들의 모습이 눈에 선했는데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접하니 저도 너무 놀라 마땅히 위로의 말이 떠오르지 않았는데 원래 의사소통에 제한이 있어 특별한 위로의 말을 할 수 없었던 그 상황이 차라리 다행이었습니다. 그때 그분의 슬픈 눈은 지금도 잊히지 않으며 일주일 사이에 머리가 하얗게 센 걸 보고 그분이 얼마나 극도의 슬픔과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짐작이 갔습니다. 나폴레옹이 귀양을 가서, 또는 마리 앙투에나트가 교수형에 처해지기 며칠 동안 머리가 하얗게 세었다는 말이 단순히 과장된 말이 아니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이제 몇 년의 세월이 지났으니 그분이 아들은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이제는 평온한 일상생활을 하고 계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