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국가마다 차이는 있겠습니다만 대부분의 국가들이 우리나라에 비해 음주운전 단속을 심하게 하지 않는데, 유럽인들은 음주를 하더라도 와인이나 맥주 한두 잔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아 그런 것 같습니다. 물론 많이 마시는 사람들도 있는데 저의 프랑스 고객 중 한 분은 점심에 반주로 와인 1병을 마시더군요.
제가 오랜 기간 유럽에 살면서 음주 단속에 걸린 적이 4번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중 3번은 술을 전혀 마시지 않은 상태여서 아무 문제가 없었고 한 번은 맥주 3잔을 마신 상태어서 단속 시 약간 긴장했는데 단속 경찰이 음주 수치를 보더니 몇 잔 마셨냐 물어봐 정직하게 맥주 3잔 마셨다 하니 통과시키더군요. 이후 현지인들에게 물어보니 맥주 3잔 정도가 처벌을 받지 않는 경계선이라 하더군요.
음주 단속 빈도는 한국에 비해 월등히 낮지만 만일 음주 단속에 걸리면 그 처분은 훨씬 가혹합니다. 제가 아는 한국분이 네덜란드에서 음주단속에 걸린 적이 있었습니다. 소주 2병 정도를 마신 후 걸렸다 하니 우리나라에서는 면허 취소 수준인데 네덜란드에서도 역시 면허가 취소되었습니다. 면허 취소 후 1년이 지나야 다시 면허 신청 이 가능한데 그때까지 반기에 한번 정신과 검사 (음주의존도 검사)를 통과해야 하고, 주기적으로 실시하는 혈액 알코올 수치 검사도 통과해야 합니다. 적은 양이라도 음주 후 몇 주간은 미세한양의 알코올이 혈액에 남아 있기 때문에 이 혈액검사를 통과하려면 검사 몇 주 전부터 금주를 해야 하며, 이 검사를 1년에 몇 번 하기 때문에 그렇게 술을 좋아하시던 이분도 1년간 금주를 하셨으며 분위기상 맥주 한잔정도 해야 할 경우 노알코올 맥주를 선택하실 정도로 금주생활을 하셨습니다. 이렇게 1년 동안 술 한 모금 입에 안 대셔서 완전히 술을 끊으신 줄 알았는데 면허를 다시 취득하신 후에는 다시 예전과 같이 술을 즐기셨는데 1년 동안 술을 못 마신 거에 대한 보상 심리가 있어서인지 금주 전보다 더 주량이 느셨습니다. 하지만 음주 운전은 절대로 하지 않으시더군요.
한 번은 독일에서였습니다. 전시회가 있어 본사 출장자들과 일정을 소화한 후 저녁을 먹고 호텔로 돌아오는 길이었는데 약 50 키로 정도 국도를 달려야 했습니다. 저는 저녁식사 때 술을 마시지 않아 제가 운전을 하려 했는데 와인을 3잔 마신 후배가 부득이 자기가 운전을 하겠다더군요. 그 친구의 음주량이 많지 않았고 음주 후 시간도 어느 정도 경과하고 커피도 한잔 마신 상태라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 후배에게 운전을 맡겼습니다. 반쯤 갔을까 갑자기 경찰 바리케이드가 보였고 독일 경찰 5~6명이 차를 정차시켰습니다. 대부분이 남자 경찰이고 한 명이 여경이었는데 덩치들이 산만한 (가장 왜소한 여경도 키가 180 센티에 가까운 것 같았습니다), 짙은 경찰복에 권총으로 무장한 독일 경찰들을 밤에 보니 죄를 짓지 않았는데도 가슴이 철렁하더군요. 그리고 비록 와인 3잔이었지만 어쨌든 음주를 한 후배가 걱정이 되었습니다.
경찰들의 지시로 둘 다 차에서 내렸는데 음주 측정기를 운전한 후배가 아닌 저에게 들이대더군요. 운전석, 조수석에서 각각 나와 측정기까지 몇 미터 이동했는데 워낙 어두웠는 데다가 저와 후배가 안경을 썼기 때문에 경찰들이 저를 운전자로 착각한 것 같습니다. 저는 지체 없이 측정기를 힘껏 불었고 당연히 결과는 비음주로 나와 이제 더 이상 무섭지 않은 경찰들의 "Auf Wiedersehen"이라는 인사를 들으며, 끝까지 운전자 행세를 해야 하는 제가 운전을 해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위압감을 주었던 경찰들이 친근하게 변한 헤피앤딩이었지만 저렇게 눈썰미들이 없어 어떻게 범인을 잡나 걱정도 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