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틀리지 않았어(25)

20대 청년의 로컬 이주 도전기 - 우주의 기운 上

by 성현

한솔이 일본의 후쿠이라는 소도시에 살고 있는 친구 '주선'을 소개해 주고 싶다고 하여 한솔, 써니, 쑤니, 성현 4명의 3박 4일 후쿠이 팸이 결성되었다.(써니는 개인사정으로 마지막날 따로 비행기를 타고 와 일본을 당일치기 여행으로 다녀가기로 했다)


한솔과 주선의 인연은 아주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간단하게 설명하면 한솔이 시민뮤지컬 <부여비트>를 시작할 때 <부여비트>의 원조라 할 수 있는 <A Common Beat>(이하 커먼비트)의 연출이었던 주선에게 도움을 요청하며 시작되었다 할 수 있다.

<커먼비트>는 한·일 공동으로 진행했던 시민 뮤지컬로 빨강·노랑·초록·파랑 가상의 4대륙 사람들이 다른 대륙의 존재를 모르고 살아가다 서로를 알게 되며 벌어지는 일들을 담고 있다.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화합과 공존의 메시지를 노래한 이 공연에서 주선은 프로젝트의 출발점이자 총연출이었고 한솔은 4, 5기 배우로 활동했었다.


주선은 일본의 부여라 할 수 있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소도시인 후쿠이에서 지어진지 100년도 더 된 집을 빌려 살고 있고, 주선의 집에 가게 되면 음식 명상이라는 것을 하는데 현미 주먹밥을 한 입 먹을 때마다 100번씩 씹어 삼켜야 한다는 등의 이야기를 듣고 후쿠이 행이 살짝 고민되기도 했다.(사실은 현미 주먹밥이 고민되는 이유의 전부였다) 그러나 하나의 프로젝트를 잘 끝내고 다음 활동을 시작하기 전 친구들과의 힐링 여행이라는 점만으로도 함께할 이유는 충분했다. 그렇게 후쿠이에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새벽 3시에 부여에서 인천공항으로 출발했는데 후쿠이에 도착하니 오후 3시가 넘었다. 후쿠이역에 도착해서 처음 든 생각은 꽤나 큰 도시라는 것이었다. 일본의 부여 같은 곳이라길래 이웃집 토토로에 나오는 그런 일본 시골마을의 풍경을 생각했건만 아주 현대적이고 큰 역사가 우리를 반겨주었다. 대체 어디가 일본의 부여라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KakaoTalk_20260316_134331232.jpg 깔끔한 후쿠이 역사

후쿠이 역에서 차로 20분 정도 달려 도착한 주선의 동네는 후쿠이 중심가와는 달리 다행히도(?) 진짜 부여 같았다. 주선의 남자친구(편의상 남자친구로 썼지만 인생의 동반자, 짝꿍이라 느껴졌다) '미쿠'가 우리를 데리러 와주어 편하게 주선의 집으로 갈 수 있었다. 미쿠는 영국인으로 한국에서도 잠깐 영어학원 원어민 강사로 일을 한 적이 있으며 지금도 일본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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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심가를 벗어나니 나온 부여 같은 풍경 / 왼쪽 첫번째 집이 주선의 집


차에서 내리자 주선이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주선의 첫인상은 약간은 마르고, 건강하게 탄 피부, 선한 웃음을 가진 옆집 아줌마, 하지만 동시에 눈빛과 목소리에서 자신의 삶에 부끄러움이 없는 그런 당당한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분이었다.


후쿠이에서의 첫끼는 주선이 특별히 준비한 음식 명상 풀코스였다. 몸을 데우는 따듯한 차를 시작으로 말로만 들었던 현미주먹밥, 훈제 단무지, 곶감, 귤을 순서대로 주셨는데 음식이 페이스트가 될 때까지 100번씩 씹어 삼키며 하나하나 내 몸으로 흡수되는 것을 느끼며 먹었다.

100번씩 씹는 것이 음식 명상의 정수는 아니었다. 귤껍질을 깔 때의 소리, 귤 한 알을 뜯어 입안에 넣고, 씹었을 때 과육을 감싸고 있던 얇은 막이 터지는 것을 하나하나 느끼며 '아! 사실은 귤이 사과처럼 단단한 과육이 있는 것이 아니라 액체에 가깝구나'라는 것을 깨닫기도 했다.

평소엔 끊임없이 식탁을 탐색하며 다음으로 입에 무엇을 넣을지 확인하고 젓가락을 쉼 없이 놀리는데, 주선의 집에선 한입 넣었으면 젓가락을 내려놓고 입에 들어온 음식에 집중하기로 약속했다.

이것은 태양과 대지의 사랑을 받고 자라 우리의 몸으로 들어와 에너지가 되어주는 모든 것들을 제대로 느끼고, 감사하기 위한 기본자세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KakaoTalk_20260316_141333705.jpg 정말 현미밥에 소금간만 살짝 한 주먹밥


첫날부터 후쿠이에 오길 잘했다는 확신이 들었다. 당시에 느꼈던 점들과 경험을 글로 정리하려니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나 휘발된 부분도 있고, 오롯이 나의 것으로 정리하지 못한 부분도 있어 100% 전달하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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