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청년의 로컬 이주 도전기 - 두근두근 부여 프로젝트
25년 5월, 부여 이주청년들의 중심이자 리더인 한솔로부터 재밌는 프로젝트가 있는데 함께 하자는 연락을 받았다. 그것은 바로 뮤지컬비디오 프로젝트.
춤도 잘 추지 못하고, 노래도 잘하지 못하는 터라 스태프로만 참여할지, 배우로도 출연할지 고민이 됐다. 그러나 안무가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말에 고민 하루 만에 덜컥 출연까지 하기로 해버렸다.
프로젝트를 함께 하자는 제안을 받고 하루 만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것은 이전부터 들어왔던 <부여비트> 경험담 때문이었다. (부여로 이주한 청년들의 모임인 '부여안다'가 주축이 되어 진행한 시민뮤지컬로 22년과 23년 두 번 진행했다)
뮤지컬을 통해 알게 된 수많은 인연들과 꽤나 긴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끈끈하게 이어져있고, 고된 연습 끝에 처음 공연을 올렸을 때의 감동이 얼마나 컸는지에 대한 얘기들을 듣다 보면 "아 부여에 조금 일찍 올 걸 그랬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동이 큰 만큼 뮤지컬은 소모되는 에너지도 크고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10대부터 70대의 거의 모든 연령대를 아우르는 배우들 수십 명을 조율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인데, 이들이 무대에 올라가 라이브로 노래를 부르고 춤도 추어야 했다.
온전히 뮤지컬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뮤지컬에 온 에너지를 쏟아부은 총연출 한솔의 건강이 나빠지고, 여러 상황들이 겹치며 <부여비트>는 잠시 멈추게 됐다.
춤과 노래 없이는 살 수 없다는 한솔이 건강을 어느 정도 되찾고 나서 친구들과 생각한 것이 뮤지컬을 영상으로 촬영하자는 것이었다. 시민 뮤지컬을 다시 진행하기엔 너무 부담이 됐다. 하지만 영상 촬영은 라이브로 무대에 오르는 것이 아니기에 연습의 부담이 덜하고, 인원도 <부여비트>를 할 때보다는 적은 인원으로 진행이 가능했다. 이렇게 <두근두근 부여 프로젝트>의 작당모의는 시작되었다.
6월부터 연출진 회의를 시작했다. 매주 모여 우리는 이 프로젝트를 왜 하는지, 무엇을 전달하고 싶은지와 같은 가치에 대한 부분부터 노래는 어떤 것으로 할지, 참가자 모집, 예산, 연습 일정, 뮤비 콘티, 촬영 장소 등 실제 촬영에 필요한 부분들을 2달에 걸쳐 준비해 나갔다. 정리된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1. <두근두근 부여 프로젝트>는 부여에서 재미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우리 지역의 아름다운 자연을 담은 "뮤지컬비디오 만들기 프로젝트"이다
2. 라라랜드의 "another day of sun"을 우리의 이야기로 직접 개사한다.
3. 배우, 앙상블로 참가자를 구분한다. 노래 솔로파트와 연기하는 씬이 있는 배우는 캐스팅 오디션을 진행하여 뽑는다.
7월, 프로젝트 참가자들이 부여에서 즐거웠던 추억, 부여를 떠나고 싶었던 순간,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와 같은 이야기를 나누며 직접 개사에 참여하는 개사워크숍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연습에 들어갔다.
두 달간 매주 일요일 저녁에 모여 3시간씩 노래와 군무 연습을 했는데 개인 사정으로 중도 하차하는 분들도 발생하고, 연습을 빠지거나 마지막까지도 안무 숙지가 안 되는 분들이 있어 우리 프로젝트 괜찮을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불안한 마음과는 별개로 시간은 꾸준히 흘러 첫 촬영일이 다가왔다. 정림사지, 궁남지, 부소산성 등 문화유산에서의 촬영을 위해 사전에 부여군의 허가를 받고, 백제문화단지에도 연락을 해 촬영 허가를 받았다.
9월임에도 쨍쨍 내려쬐는 햇빛에 모두가 땀을 훔쳐가며 열심히 촬영에 임했다. 정림사지나 백제문화단지에서 촬영을 하다 보면 관광객들이 우리를 굉장히 흥미롭게 보며 지나가곤 했는데 "부여에선 이렇게 재밌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요!"라는 말을 온몸으로 전달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어찌어찌 촬영을 무사히 마치고 영상 편집이 완료되기까지는 또 한 달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11월 말에 상영회를 하기로 했는데 그전 날 정말 아슬아슬하게 편집이 완료됐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상영회날, 2달여 만에 모인 <두근두근 부여 프로젝트> 멤버들은 확실히 처음 만났을 때보다 더 끈끈해진 느낌이었다. 반갑게 인사하고 서로를 안아주며 안부를 묻는 모습에서 서울에서 살 때는 느껴보지 못했던 정을 느꼈다.
최초 공개 카운트 다운에 맞춰 모두가 3, 2, 1을 외치고 영상이 시작됐다. 블랙핑크나 BTS의 뮤비처럼 멋있고, 각종 특수효과들이 정신을 쏙 빼놓아 홀린 듯 쳐다보게 되는 그런 뮤비는 아니지만 부여에서 각자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과 이야기를 부여의 잔잔한 풍경들을 배경으로 나름 잘 풀어낸 것 같다.
"쟤네 또 빼먹을 것만 빼먹고 떠나겠지"라는 시선으로 이주 청년들을 바라보던 토박이 분들과 춤과 노래로 함께 무엇인가를 만들어가며 융화될 수 있었던 것 같다는 한 친구의 이야기와, 로컬 살이를 대하는 각자의 온도가 다른데 춤과 노래로 그 온도를 맞춰갈 수 있었던 것 같다는 한 친구의 말.
프로젝트를 함께하며 내가 느꼈던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그런 따스운 감동은 이런 것에서 온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26년에도 부여에서 재밌고 다양한 일들을 만들어나가야겠다.
▼두근두근 부여 영상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