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청년의 로컬 이주 도전기 - 쉬는 날 [어른 김장하]를 보고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양조장 일을 정기적으로 나가고 거기에 동네 목수님 소개로 알게 된 농작업 일을 다니면서 나의 목표였던 유유자적, 적게 쓰고 적게 벌자와는 거리가 조금 있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덕분에 수입은 서울에서 회사 다닐 때 하고 크게 차이가 없는 느낌이다)
이러한 이유로 나의 유유자적 부여 라이프는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이루어지게 되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컴퓨터 게임도 재미없고 유튜브, 드라마, 영화, 그 무엇도 나의 소중한 휴일을 만족스럽게 채우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외딴 시골집에 혼자 살면서 느낀 외로움, 고독함에 입양한 고양이 탱자도 사춘기가 왔는지 귀엽긴 한데 하는 짓이 영 마음에 안 든다.
그러던 중 前헌번재판소장 권한대행 문형배 판사님의 영상을 보다 '김장하' 선생님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찾아보니 [어른 김장하]라는 다큐멘터리가 있어 쉬는 날에 집중해서 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목요일까지 열심히 일하고 찾아온 대망의 금요일. 간단한 안주와 막걸리를 한 병 준비하고 재생 버튼을 눌렀다.
결론부터 말하면 정말 인상 깊게 집중해서 끝까지 봤다. 최근 영화나 드라마를 끝까지 본 것이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제외하면 없는데 다큐멘터리를 처음부터 끝가지 집중해서 보다니 깜짝 놀랐다.
한약방을 운영하며 번 돈으로 수많은 학생들의 등록금을 대주시고, 다양한 단체들을 지원하시며, 그러한 선행이 알려지기를 꺼려하신 김장하 선생님의 이야기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한 개인이 이렇게나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가 있구나라는 것을 보았으며, 성인(聖人)과도 같은 삶을 살아오신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이 들었다.
그다음은 선생님이 한약방을 운영하시며 큰돈을 벌지 못하셨다면 어떠셨을까?라는 상상이 머릿속을 채웠다. 언젠가 지나가듯 보았던 폐지를 주운 돈으로 장학금을 전달했다는 뉴스 속 주인공이 되셨을까? 약간은 유치하고 일차원적인 상상이긴 하지만 아마도 그러셨을 것 같다.
다큐가 전부 인상 깊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나의 심금을 울려 소개하고 싶은 부분 한 가지만 얘기하고 주절주절 감상평을 마무리하겠다.
사법시험을 합격하고 선생님에게 인사를 드리러 갔더니 "나한테 고마워할 필요는 없고 나는 이 사회에 있는 것을 너에게 주었을 뿐이니 혹시 갚아야 할 것이 있다면 이 사회에 갚아라"라고 하셨다는 문형배 판사님의 일화.
개인의 성공에는 분명 그 개인의 노력, 재능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그 개인이 재능을 꽃피울 수 있게 되기까지는 이 사회를 구성하는 수많은 것들의 도움이 있었다고, 당신이 많은 돈을 벌게 되신 것도, 문형배 판사님이 판사가 될 수 있었던 것도.
나도 회사를 대책 없이 때려치우고, 연고 하나 없는 부여라는 동네로 와 이렇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내가 잘나서가 아님이 분명하다.
남성한약방의 마지막 영업일. 선생님에게 인사를 드리러 찾아온 한 장학생 분이 특별한 사람이 되지 못해 죄송하다는 얘기에 선생님은 "나는 그런 것을 바라지도 않았고 우리 사회는 평범한 사람들이 지탱하고 있는 거다."라고 말씀하신다.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 모두에게 나는 우리 모두 틀리지 않았다고 얘기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