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틀리지 않았어 (22)

20대 청년의 로컬 이주 도전기 - 노가다꾼이 아니라 테크니션입니다

by 성현

처음 부여로 이주하겠다 마음먹었을 때의 생각은 마스터를 따라다니며 목공부터 용접, 간단한 집수리 등 다양한 경험을 쌓고, 이를 바탕으로 만능 핸디맨이 되는 것이었다.

지금은 나보다 먼저 부여에 내려와 양조장을 차린 30대 대표님과 인연이 닿아 정기적으로 양조장 일을 나가고 있어 마스터와 조금 소원해졌지만 처음 2~3달은 거의 매일 같이 마스터와 함께 했다. 지금 당장 떠오르는 것만 해도 창고 짓기,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던 작은 가게 리모델링, 부동전 교체, 처마와 대문 보수 작업 등 서울에선 경험하기 어려운 다양한 일들을 해왔다.


여느 때와 같이 일이 있으면 양조장으로 출근하고 일이 없으면 집에서 탱자(얼마 전 입양한 새끼냥이)와 탱자탱자 놀던 날들이 계속되던 때 마스터에게 전화가 왔다. 규암면 쪽에 새로 생긴 주민자치공간에 작품을 설치해야 하는데 시간 되면 같이 작업을 하자는 연락이었다. 대충 높은 벽에 대형 미술품을 걸어야 한다 정도로 밖에 이해하지 못했지만 마침 양조장 일이 없는 날이라 내일 뵙겠다 하고 전화를 끊었다.


마스터를 만나 건재상에서 아시바 파이프, 아시바클램프 등 자재를 사고 작업 장소로 향했다.

현장에 와서야 무슨 작업을 하는 것인지 정확히 이해할 수 있었는데 아래 사진처럼 계단참 벽에 목재를 칠해 만든 미술품을 붙이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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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고가 매우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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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다루끼를 벽에 타카로 고정해 주고 그 위에 작품을 한 장씩 붙여나갔다. 떨어지면 어떡하지라는 불안감과 더운 날씨에 땀이 비 오듯 흐르는 것 빼면 크게 어려운 부분은 없었다.

한창 작업을 하던 중 마스터가 오늘 우리는 노가다꾼이 아닌 '테크니션'이라는 말씀을 하셨다. 예술가들이 상상하고 꿈을 꾸는 것들을 현실로 옮겨주는 테크니션. 이 테크니션이라는 말을 듣는데 무엇인가 내 가슴을 울렸다.


부여로 이주한 후 어떻게 지내는지 안부를 묻는 연락이 오면 몸을 쓰는 다양한 일들을 하고 있기에 "노가다하고 다닙니다", "프리랜서 노가다꾼이에요"라고 설명하곤 했다. 노가다라는 단어가 가지는 부정적인 의미 때문일까 '나는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다'라고 생각하면서도 가끔은 부끄러움이 볼을 빨갛게 물들였다 사라졌었다.

그런데 '테크니션'이라고 하자 내 속에 숨어있던 작은 부끄러움 한 줌마저 사르르 녹아 없어지는 느낌이었다. 누군가의 상상을 현실로 구현해내주는 것. 그것이 예술품이던 창고, 가구, 집수리던 만들고, 고치고 동작하게 만드는 것은 똑같다. 이렇게 하고 싶다 생각은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 발만 동동 구르고 있을 때 멋지게 등장해 생각을 현실로 가져와버리는 테크니션! 그것이 바로 나다.(사실 아직은 실력이 부족해 ..니션 정도밖에 안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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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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