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청년의 로컬 이주 도전기 - 가족이 생겼어요
부여로 이사한 지 어느덧 6개월 차. 그동안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다름 아닌 외로움이었다. 쓸쓸함, 고독함, 심심함 등의 단어로도 표현할 수 있을 이 외로움은 낮에는 괜찮지만 저녁만 되면 나를 괴롭혔다.
일을 나가면 노동의 신성함을 느낄 수 있고, 부여의 청년들과 여러 활동을 할 때에는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며, 직접 만든 바비큐 그릴에 고기를 굽고 불멍을 할 때엔 낭만을 느끼지만 사람들이 떠난 저녁, 어둠과 적막 속에 홀로 남게 되면 그렇게 쓸쓸하고 외로울 수가 없다.
서울의 작은 원룸에 혼자 있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이 외로움은 무엇일까. 서울에서의 나는 분명 혼자 있는 것을 즐겼었던 것 같은데 내가 나를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일까? 지금도 사람 많은 곳을 다녀오거나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하고 난 후에는 격하게 혼자 있고 싶어 지는 걸 보면 내향적인 내 성향이 바뀐 것은 아닌 것 같다.
고민 끝에 외로움을 느끼게 하는 차이를 고립되는 상황이 자발적인 것인지, 비자발적인 것인지의 차이라고 결론 내렸다. 문 밖을 나서면 꺼지지 않는 간판 불빛과 늦은 시간에도 어딘가로 향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는 서울에서 느껴지는 외로움과 개구리와 풀벌레 우는 소리 밖에 들리지 않는 어둠으로 둘러싸인 시골집에서 느끼는 외로움은 분명 달랐다. 그리고 처음 겪는 비자발적 고립감에 나는 무척 취약했다.
친구들이 많이 놀러 오길 기대하며 집을 꾸몄으나 다들 각자의 인생이 바빠 기대했던 것보다 뜨문뜨문 놀러 오는 것도 한몫했다.
좋은 사람을 만나 연애도 하고 함께 삶의 방향을 맞춰나갈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사람 인연이라는 것이 어디 마음대로 되던가. 그렇게 외로움만 커지던 때에 든 생각이 반려동물을 키워보자였다.
강아지, 고양이, 심지어 닭까지 후보에 놓고 고민을 했다. 다만 내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든데 다른 생명을 책임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부분이 걸렸다. 사료값이나 각종 용품들을 사는 비용도 비용이지만 병원비가 어마무시하게 나온다는 말에 내가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됐다. 적게 쓰고 적게 벌어 유유자적한 삶을 살고자 하는 나의 목표와도 맞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는 분을 통해 새끼냥이를 한 마리 입양했다. 머리는 아무것도 키우지 않는 게 맞다고 하는데 가슴이 당장 고양이를 키우라고 강하게 말을 해 따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원래 나는 굉장히 계획적이고 이성적인 사람이었던 것 같은데 부여에 오면서 마음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일이 많아진 것 같다.
고양이로 정한 이유 역시 그냥 고양이를 좋아해서였다. 강아지를 데리고 와 같이 마을 산책도 하고 러닝도 하는 나의 모습을 상상해 보니 꽤나 멋있었지만 내 마음을 거스르기엔 역부족이었다. 닭도 닭장을 만드는 작업 자체도 재밌을 것 같고, 매 아침 닭장에서 갓나은 계란을 가져오는 그림을 그려보니 이게 진짜 로컬에서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닭똥 냄새나고 닭장 치워야 할 것을 생각하니 닭을 키우겠다는 마음이 쏙 들어갔다.
처음으로 내가 혼자 오롯이 책임질 생명을 데려온 것이라 잘 키울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되지만 본 지 얼마나 됐다고 무릎에 올라와 몸을 비비고 놀아달라 애교 부리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어떤 고난과 역경이 닥쳐도 힘을 내 헤쳐나갈 수 있을 것 같다는 결심이 차오른다.
좌충우돌, 우당탕탕 머리부터 부딪혀보는 로컬 이주 도전기에 왕초보 집사의 육묘(?) 도전기도 함께 시작이다.
이름은 함께 탱자탱자 행복하게 살자고 '탱자'로 지었다. 태어난 지 5주밖에 안 된 아주 조그마한 새끼냥이였는데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면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