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틀리지 않았어 (20)

20대 청년의 로컬 이주 도전기 - "너 무슨 일 해서 먹고 사니?"

by 성현

그동안은 시간의 흐름에 맞춰 글을 쓰려고 했으나 이제부터는 시간의 흐름에 맞지 않더라도 순간마다 내가 전하고 싶은 얘기를 해볼까 한다.

밖에서 몸 쓰는 일을 하고 돌아오면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쓸 마음이 도저히 들지 않아 미루다 보니 글의 시점과 현재 시점이 3개월 이상 벌어져버렸다.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그때의 감정과 기억이 흐려졌고 그 상태로 글을 쓰다 보니 어느 순간 내 글이 방학 숙제로 몰아 쓴 일기 같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오늘부터는 시간을 조금 왔다 갔다 하더라도 글의 완성도를 위해, 내가 그때그때 하고 싶은 얘기를 해보겠다.


로컬로 이주를 한지도 어느새 5개월. 그동안 가족, 친구, 지인들에게 많은 질문을 받았다. "왜 시골로 갔냐", "왜 하필 부여냐", "거기서 뭐해먹고 사냐" 등 호기심과 걱정 그리고 애정이 담긴 질문들이다. 이 중에서 오늘은 대답하기 상당히 어렵지만 동시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물어본 무슨 일을 하는지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한다.

각종 신청서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직업란 또는 비슷한 문항을 볼 때에도 뭐라고 해야 할지 곤혹스럽다. 처음 만나는 사람과의 자리에서도 무슨 일을 하는지 어디부터 어디까지 얘기를 해야 하나 머리가 아프다. 너무 다양한 일을 하고 있어 한 마디로 정리가 안되기 때문이다. 프리랜서 노가다꾼(?) 정도로 설명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우선 내가 정기적으로 하는 일은 크게 3가지로 첫 번째는 양조장 일이다. 나보다 1~2년 정도 먼저 부여로 이주한 청년분이 창업한 양조장에서 술이 발효가 잘 되고 있는지 실험도 하고, 약주도 생산하고, 완성된 술을 병에 나눠 담는 작업도 한다.

KakaoTalk_20250623_163731423_07.jpg 실험실 같은 느낌의 양조장

두 번째는 농사일이다. 동네 목수님 친구분이 농사를 꽤나 크게 지으시는데 소개를 받아 3월 말부터 작업이 있을 때 틈틈이 나가고 있다. 3, 4월에는 모판 닦는 작업과 이앙 작업을 했고 8월에는 방제 작업을 할 예정이다.

KakaoTalk_20250623_163731423_05.jpg 이앙 작업

세 번째는 이벤트 회사 일로 각종 지역 행사에 무대, LED전광판, 음향을 설치하고 철거한다. 부여 처음 왔을 때부터 마스터와 함께 했던 일로 기간으로만 따지면 가장 오래됐다.

KakaoTalk_20250623_163731423.jpg LED전광판 설치

이 밖에도 마스터와 함께 무언갈 만들거나 표고 농장 일을 하고, 오일 스테인 칠하기, 인형극 목소리 녹음 등 일손이 필요하다고 하는 곳이면 어디든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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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오일스테인 칠하기 / 친환경 화장실 만들기 / 야시장 일일 알바

이렇게 다양한 일을 하다 보니 무슨 일을 하냐는 평범한 질문에 평범하게 대답할 수가 없게 됐다.


처음 부여로 올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일을 많이 하게 될지 몰랐다. 일이 없어 맨날 손가락만 빨고 있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지역의 청년들과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다양한 일들이 쏟아져 들어온다. 어느 정도냐면 4월에는 서울에서 회사 다닐 때보다 수입이 많았다.

4월에는 정말 평일 주말 구분 없이 매일 일을 하며 내가 돈을 벌기 위해 로컬로 이주를 한 것인가 하는 자괴감이 들어 요새는 일과 쉼의 적정한 균형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로컬로 이주를 하고 싶으나 로컬에서 먹고살 수 있을까 고민하는 분들에게 이렇게 얘기하고 싶다. 회사를 다닐 때에 비하면 확실히 수입도 적고(평균적으로) 고정적이지가 않아 불안한 점이 분명 있지만 로컬에서 관계를 잘 쌓아나가면 그 관계가 사회 안전망이 되어 적어도 나를 굶어 죽게는 하지 않을 것이다. 여기 그 산증인이 있다!(아직 이런 말 하기는 조금 이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