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청년의 로컬 이주 도전기 - 부여로 가다
분위기를 파악할 시간도 없이 자리에 앉자마자 자기소개가 시작됐다. 이미 부여의 매력에 푹 빠져 이주를 생각하고 있는 사람, 나처럼 도시를 떠나 로컬에서의 삶을 꿈구는 사람, 잠시 쉬기 위해 온 사람들까지 모두가 다르면서도 비슷한 맥락의 이유로 캠프에 참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묘한 동질감이 느껴졌다.
높은 건물이 없어 저 멀리까지 시원하게 보이는 푸른 하늘, 출퇴근 시간에도 한적한 도로, 느긋한 충청도 사투리만큼이나 여유로워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들까지 모든 것이 좋았다. 내 속도와 부여의 속도가 일치했다.
일자리 상상 시간은 말 그대로 체험해보고 싶은 일을 선택해 일을 해보는 시간이었다. 표고 농장, 스마트팜, 부여로 이주한 청년이 창업한 카페, 젤라또가게 등 여러 선택지가 주어졌고 나는 표고 농장을 골랐다.
표고 농장이 궁금했다기보다는 표고 농장의 주인인 '마스터'(마스터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뒤에서 따로 할 예정이다)가 궁금했다.
로컬로 이주를 해야겠다 생각하고 이것저것 찾아볼 때 알게 된 사실 중 하나가 있다. 로컬에서는 서울에서와 다르게 집을 구하기 쉽지 않다는 것. 물론 서울에서도 집을 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그것은 높은 집값에 내가 원하는 컨디션의 집을 예산에 맞춰 구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으로 궤가 다르다.
로컬에서는 '다X', '직X'과 같은 어플은 거의 쓸모가 없고 매물로 나와있는 물건 자체가 별로 없어 집 구하는 것이 어려웠다는 얘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그렇기에 먼저 부여로 이주한 청년들의 주거 이야기는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내용이었다.
부여에서 집을 구하는 방법은 크게 3가지 방법이 있는데 첫 번째는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이용하는 방법으로 부여의 TOP2 부동산인 '보배부동산', '으뜸부동산'을 이용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시장이나 버스 정류장 근처에 있는 '사거리', '교차로' 같은 신문의 부동산 지면을 확인하는 것으로 아직까지 신문 광고면을 이용하는 분들이 많다고 한다.
세 번째는 지인 찬스를 쓰는 것으로 마을 이장님이나 주변에 발이 넓은 분을 통하는 것이다. 실제로 [부여안다] 청년 분들도 마스터의 소개, 식당 사장님의 소개 등으로 집을 구한 일이 많다고 했다.
감사하게도 집을 공개해 주신 청년분들이 계셔서 집 내부 구경도 하고 집을 구할 때의 에피소드 등도 들을 수 있었다. 각자의 개성이 담긴 주거 공간들을 보며 언젠가 나도 나의 공간을 구해 예쁘게 꾸미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꽤나 빡빡한 일정에 일주일이 정신없이 지나갔다.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내가 이렇게 오랜 시간 다른 사람들과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함께했던 것은 군대가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군대와 달리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는 점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을까.
매일 저녁 캠프 일정이 끝나면 같은 숙소를 쓰게 된 동지들과 술 한잔과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나'의 이야기를 정리해 나갈 수 있었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일지, 내가 좋아하는 것, 또 싫어하는 것은 무엇인지. 아직 명확하게 답을 내리지는 못했지만 어렴풋이 그 윤곽을 그려낼 수 있었다.
내향인으로서 혼자 생각을 정리하고 에너지를 충전할 시간을 갖지 못해 괴로웠지만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다양한 이야기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