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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현 Jan 02. 2025

우리는 틀리지 않았어 (8)

20대 청년의 로컬 이주 도전기 - 소소한 일상

사실 나는 집 밖에 나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완벽한 집돌이다. 이불 밖은 위험하다는 말에 120% 공감하며, 낯선 장소˙환경에 놓이면 식은땀을 흘리곤 한다. 온라인으로 대부분의 것을 해결할 있는 시대에 살고 있음에 감사하며 웬만해선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코로나에 걸리면 2주간 자가격리를 해야 하던 때에도 답답함 하나 없이 자가격리를 행복하게 수행했을 정도로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 내가 작디작지만 소중한 나의 집(자취방)을 뒤로하고 타지 생활을 하고 있다니, 순간 스스로에게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사람을 만나는 것에도 에너지많이 드는 편이다. 집이 좋아서 사람 만나는 것을 힘들어 하는지, 사람 만나는 것이 힘들어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하는 것인지, 어느 것이 먼저인지는 모르겠지만 가지 확실한 것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 편한 사람이더라도 에너지는 소모된다는 것이다. 

부여라는 낯선 환경에서 새로운 일을 경험하고, 다양한 분들을 알게 되고, 함께 놀러도 며 정말 즐거웠다. 또한 로컬 이주 도전을 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다만 이와 별개로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지쳐갔다. 


마스터를 따라다니고 여기 저기 일을 하면서 나를 찾는 분들이 꽤나 생겼지만 그래도 일주일에 2~3일은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다. 이럴 땐 혼자 끼니를 때우고, 낮잠을 늘어지게 자고, 근처 카페에서 글을 쓰거나 책을 읽고, 궁남지를 걷기도 한다. 

여유로움이 가득한 하루, 이런 날은 먹을 때를 제외하고는 입을 열 필요가 없을 정도로 고독하지만 오히려 이 침묵이, 잔잔함이 좋다. 몸뿐만 아니라 영혼에게도 휴식을 주는 느낌이랄까, 이런 혼자만의 시간이 나에게는 필수적이다. 다행히 이런 부분에 있어서 나는 나를 알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견딜 없는 외로움과 쓸쓸함이 나에게는 에너지를 충전하는 시간이다. 나 스스로를 정리하는 시간이다.

부여에서 나의 또 다른 힐링은 겨울 해도 지기 전, 초저녁부터 혼자 맥주 한캔 하는 것이다. 일이 일찍 끝나면 숙소에 들어가는 길 편의점에 들러 맥주 한 캔과 매운새우깡 한 봉지를 산다. 맥주가 식지 않도록 냉장고에 얼른 넣어 놓고 뜨거운 물에 온 몸에 묻은 먼지를 씻어낸다. 샤워를 마치고 나와 시원한 맥주를 크게 한 모금 하면 감탄이 절로 난다. 남들 아직 일하고 있을 평일, 아직 저녁 먹기에는 이른 시간 혼자 마시는 맥주는 묘한 해방감을 들게 한다. 


부여에서의 삶이 스펙타클하고 신나는 일들로만 채워져있었다면 아마 난 며칠 못 가 방전됐을 것이다. 조용한 나의 집(자취방)을 그리워하며 서울로 가는 버스표를 예매했겠지. 

관광객이나 프로그램 참가자가 아닌 부여에 사는 한 사람으로써의 소소한 일상이 나를 아직까지 부여에 있을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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