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끼는, 좋아하는, 취향의,
나는 어떤 사람일까?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매일 글을 쓰지만, 늘 새롭게 고민하게 되는 지점이다. 어느 하나의 갈래로 나라는 복합적인 인간을 정의내릴 수는 없겠지만, 나는 나를 ‘좋아하는 것이 많은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나는 참 좋아하는 것이 많은 사람이다. 내가 좋아하는 수많은 요소들이 나를 촘촘히 이루고 있다고 느낀다. 이번 글에서는 나를 이루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씩 꺼내어 음미해보려고 한다.
누군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 뭐냐고 묻는다면, 난 음악이라고 답할 것 같다. 나는 음악에 있어서 스펙트럼이 꽤 넓은 사람이다. 듣는 음악의 스펙트럼이 넓을 뿐만 아니라, 같은 음악을 들어도 남들이 알아채지 못하는 악기 소리나 작곡 기술을 잡아내곤 한다. 이는 내가 꽤나 오래 전부터 자부하는 부분 중 하나이다. 내 플레이리스트에는 밴드음악, 팝송, 80-90년대 가요, 제이팝, 클래식, 피아노/바이올린/플룻 연주곡, 케이팝 등... 정말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담겨있다. 누군가는 자신만의 확고한 음악 취향을 가진 것이 더 매력적이라고 느낄지 모르겠지만, 나는 다양한 음악의 맛을 가리지 않고 즐길 줄 아는 내가 참 좋다. 너무 거창할지는 몰라도, 음악에는 철학이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음악을 즐길 줄 안다는 것은 그만큼 일상 속에 스며든 여유를 즐길 줄 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버스에 앉아서 이어폰을 꽂고 창 밖을 바라보며 가는 것, 좋아하는 노래를 크게 틀고 한강을 달리는 것, 분위기 있는 잔잔한 노래를 틀고 좋아하는 사람과 새벽 드라이브를 하는 것. 이 모든 것이 음악의 힘으로 더 낭만있고 아름다워진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내 에어팟 속에는 드뷔시의 아라베스크가 흘러나오고 있다.
다음으로는 요즘 새롭게 좋아하게 된 것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어린 시절의 나는 책 읽는 걸 정~말 싫어하는 아이였다. 가만히 앉아 글을 읽는다는 행위 자체가 나에게는 너무나도 지루하게 느껴져서, 초등학생 시절 누구나 한번쯤 읽는다는 해리포터 전집도 나는 손조차 대본 적이 없다. 그러나 이제는 사람이 꽉들어찬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도 어깨를 움츠리고 책을 읽을 정도로 책과 친해졌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럼 내가 이렇게 갑자기 책을 좋아하게 된 이유가 뭘까? 곰곰히 생각해보니 책이 있는 공간들에 대한 애정 덕분에 책을 좋아하게 된 것 같다. 교보문고, 특유의 편백나무 향과 잔잔한 클래식의 조합. 그리고 책에 시선을 둔 채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사람들의 여유로운 분위기가 좋아 자주 찾게 되었다. 이 북펍 또한 내가 좋아하는 와인과 잔잔한 음악,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들이 적힌 귀여운 방명록들까지, 이 공간의 분위기가 좋아 자주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제는 도서전에서 좋아하는 작가님의 강연을 듣기도 하고, 친구와 서로의 감상평을 책에 남겨두고 바꿔읽으며 이제는 책을 다양한 방식으로 즐기는 법을 알아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꽤나 오래된 나의 아끼는 취미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한다. 바로 해질녘 한강과 자전거의 조합이다. 근 몇달간은 무더위로 한강으로의 발걸음이 뜸했지만, 입추가 지나고 이제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공기가 느껴져 얼마전 한강에 자전거를 타러 오랜만에 나갔다. 벌레도 더위도 한풀 꺾인 선선한 해질녘. 한강에서 좋아하는 노래를 크게 틀고 내리막길을 달릴 때의 쾌감은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그 순간만큼은 아무 잡념 없이 나에게 주어진 시간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일상에 몇 없는 귀한 순간이다. 생각해보면, 한강과 자전거의 조합은 꽤나 오래 전부터 나의 숨 쉴 구석이 되어주었다. 공부에 지칠 때마다 독서실에서 뛰쳐나와 한강으로 질주했던 기억, 매일 반복되는 하루 일과가 끝나고 밤늦게 강변을 달렸던 기억. 한강에서 페달을 밟는 순간만큼은 언제나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되어주었다. 무기력에 젖어있다가도, 한강에 나와 자전거를 타다보면 한강의 탁트인 공기와 경치, 활기차게 운동하는 사람들을 보며 금새 에너지를 되찾곤 한다.
주변 사람들이 종종 “너는 참 밝고 건강한 에너지가 있는 사람이다. 그 에너지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해주곤 한다. 나는 이 에너지가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부터 비롯된다고 믿는다. 좋아하는 것이 많다는 건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꺼내 쓸 무기를 여럿 품은 것과 같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나는 내가 좋아하는 수많은 것들을 품고 나답게, 밝고 건강하게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