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
하루의 모든 일정을 마친 느지막한 저녁, 자전거를 타고 한강으로 향한다. 초여름의 밤공기와 은은한 가로등 조명이 참 낭만적으로 다가온다. 잡생각을 지우기 위해 이어폰을 귀에 꽂고, 노래를 크게 튼다. 뇌의 전원을 잠시 꺼둔 듯, 오로지 페달을 밟는 일과 좋아하는 노래의 가사, 멜로디를 읊조리는 데에만 집중한다.
청담대교 아래, 가로등 불빛 아래의 연인들은 나란히 어깨를 맞댄 채 조용히 대화를 나눈다. 이 순간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하나같이 잔잔하고 평화롭다. 다리 위로는 마치 일본 시티팝 앨범 커버처럼, 어두운 배경을 배경으로 지하철이 잔잔한 굉음을 내며 지나간다. 창 너머로 사람들의 실루엣이 어렴풋이 비친다.
지하철 안의 사람들은 저마다 휴대폰에 집중한 채 고개를 숙이고 있다. 바깥 풍경을 잠시 보고 싶어도, 혹시 마주 앉은 사람과 눈이 마주칠까 다시 화면으로 시선을 돌린다. 다리 위를 지나며 자신의 손아귀 안의 화면만을 바라보는 그들의 좁은 시야와, 다리 아래에서 어두운 하늘 위를 가로지르는 지하철을 올려다보는 나의 시야가 이토록 다름에 생경함을 느낀다.
지하철 속의 그들은 나의 존재를 알지 못하겠지만, 다리 밑의 나는 그들의 실루엣을 올려다보며 사색에 잠긴다. 같은 시간, 지하철이라는 같은 소재로 이토록 다른 감정을 느낄 수 있음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같은 시공간에 존재하는 우리가 이 순간만큼은 참 다르게 느껴진다.
나는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창문 속 실루엣들을 바라보며, 하나의 움직이는 장면처럼 지하철을 전체적으로 받아들인다. 그들은 나의 존재를 알지 못하지만, 나는 그들의 흐릿한 형상을 보며 괜히 사색에 잠긴다.
같은 시각, 같은 공간에서 같은 대상을 바라보며 이토록 다른 감정과 생각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이상하리만치 신선하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