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생각
(2025. 3월의 기록)
오늘은 매우 오랜만에 아무런 이유 없이 자발적으로 밖에 나온 날이다. 집을 너무 사랑하는 나는 꼭 필요한 일이 아니라면 밖에 굳이 나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왠지 뭐라도 새로 시작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평생 하고 싶어서,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하나 오랜 시간 고민했다. 그 결과 일단은 글쓰기를 하기로 결심했다. 삶을 살아가면서 생겨나는 수많은 느낌들과 감정들, 생각들을 글로 표현하는 것은 재미있다. 물론 돈과는 거리가 먼 일이다. 하지만 돈은 다른 일로 충당하더라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매 순간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게 바로 내가 추구하는 삶이다.
노트북을 싸 들고, 집에서 가까운 카페들 중 노트북으로 작업하기 좋다는 카페를 찾아 방문했다. 아무것도 먹지 않고 카페에 도착해서 라떼 한 잔과 빵 메뉴를 왕창 주문했다. 크로크무슈, 휘낭시에, 그리고 쿠키였다. 며칠 전부터 휘낭시에가 정말 먹고 싶었다. 주문한 메뉴가 나왔는데 비주얼이 아름다웠다. 감성적인 조명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라떼와 빵들의 비주얼을 보며 감탄하면서, 아, 내가 밖에 나와야만 느낄 수 있는 이런 아름다움과 감성을 잊고 살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사진을 잘 찍지 않지만 홀린 듯이 사진을 한 장 찍었다. 사람이 없는 평일 오후라 한가하고 자리가 많았다. 스피커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재즈 음악이 흘러나왔다. 향긋한 커피 한 모금을 머금으며 한가로운 여유를 즐기니 행복감이 밀려왔다. 가끔은 집이 아니라 밖에 나와서도 이렇게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구나.
크로크무슈와 휘낭시에를 한 입씩 베어 물면서 달콤함을 느꼈다. 그러다 가장 끝 쪽 구석 자리에 있던 분들이 가셔서, 그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평안과 안락함이 +10 증가했다. 그러다가 어떤 아주머니 두 분이 새로 오셨다. 오자마자 덥다고 하시면서 창문을 확 여셨다. 아직 꽃샘추위가 만연한 봄이라, 추위가 훅 몰려왔다. 순간 내 평화로움이 살짝 깨졌다. 그 큰 창문 바로 앞자리에 앉아있는 것은 바로 나였기 때문이다. 이걸 어쩌지, 자리를 옮겨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내가 무의식적으로 양팔을 쓸어내리며 춥다는 동작을 하자, 한참 대화를 나누시던 중 한 분이 창문을 다시 닫아주셨다. 내심 이 동작을 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의도치 않게 눈치를 준 것 같은데, 그러기 잘했다는 악동 같은 마음이 슬쩍 올라왔다. 그런 마음을 알아차리자 그분들께 미안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사실 그분이 추워하는 나를 보고 닫은 것인지, 아니면 계속 열어놓다 보니 우연의 일치로 딱 그 타이밍에 자신도 추워져서 닫은 것인지는 모른다.
또 내 자리 바로 옆에는 카페 스피커가 있었는데, 언제부터인지 몸이 둥둥 울릴 정도로 음악이 너무 크게 틀어져 있어서 귀에서 피가 날 것 같았다. 좋고 아름답던 음악도 지나치게 커지니 소음이었다. 늘 가지고 다니는 이어폰을 귀마개 대용으로 꼈지만, 이걸 낀 상태에서도 뚫고 들어와 귀가 아플 정도로 소리가 컸다. 옆에 있던 두 분은 아무렇지 않게 잘 대화를 하시는 것 같았다. 체감상 거의 한 시간을 고민했다. 내 자리는 2층에 있었는데, 1층에도 왔다 갔다 하면서 사람들을 보았다. 다른 사람들은 이 데시벨에 만족하는데 나한테만 시끄러운 건가 싶어서, 이걸 소리를 줄여달라고 해도 되나 하는 고민을 했다. 그냥 내가 나가서 다른 장소를 찾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러다가 에이 모르겠다, 한 번 물어나 보자라는 생각으로 직원분께 “혹시 스피커 소리 조금만 줄여주실 수 있으실까요?”라고 여쭤봤다. 고민이 무색하게도 직원분께서는 바로 알겠다고 하시고 2층으로 올라와 줄여주셨다. 진작 물어볼걸, 하며 감사 인사를 드렸다. 그러자 괜찮으신 줄 알았던 옆자리 두 분께서 웃으시며 “어우, 너무 시끄러웠는데 말 잘했다. 고마워요.”라고 하셨다. 나는 “시끄러우셨죠?”하며 함께 웃었다. 별 일을 한 것도 아닌데 고맙다고 말씀해 주셔서 기분이 좋아졌다. 말하기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무도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있어서 나만 불편하구나라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다들 불편했던 것이다.
생각해 보면 이 상황은 이런 사소한 일뿐만 아니라 삶의 여러 순간에도 적용되는 것 같다. 사실 모두가 함께 불편해하고 있지만, 누군가는 말하겠지, 누군가 나를 대신해서 말해주겠지,라는 생각으로 버티며 기다리고 가만히 있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나 또한 그동안 그렇게 살아왔던 것 같다. 모두가 침묵하고 가만히 있는데 나만 말을 꺼내기가 왠지 힘들고, 큰 결심과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왠지 말을 했다가는 튈 것 같기도 하고, 남들은 그렇지 않은데 나만 그렇게 생각해서 이상하게 볼까 봐 걱정되고, 내가 잘못된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두렵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이런 현상이 더 심한 것 같다. 남들과 똑같이, 튀지 않고, 나만의 개성을 숨기고, 보편적인 것들에 순응해서 살아가려는 경향. 왜 이렇게 되어버렸는지 그 근원이 궁금해진다.
그러나 이 두려움을 깨고 한 번 용기를 내서 말해본다면, 사실 주변의 다른 이들도, 어쩌면 다들 똑같은 생각을 하고 누군가 말해주길 원하고 기다렸을 수 있다. 그러니 가끔은, 아니 삶의 여러 순간들에서 그 ‘누군가’가 한 번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 나만의, 어쩌면 '우리'의 목소리를 더 이상 망설이지 말고 한 번 내보자. 이 글을 이곳에 올리는 것이 그렇게 용기 낸 자의 첫 발걸음이다. 나는 내가 특이한 생각을 가지고, 사람들의 보편적인 성향과는 다른 성향을 가지고 살아간다고 생각해서, 내가 잘못된 사람일까 걱정하며 늘 진짜 나를 숨기고 사회의 보편적인 틀에 나를 끼워 맞추기에 급급했다. 하지만 나의 생각, 마음, 관점 등을 글로 쓰면서 진짜 나를 드러내다 보면, 나와 같은 생각을 했지만 누군가 다른 사람이 말할 거라 생각하고 기다리던 사람들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기대감에서 이곳에 글쓰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모두가 용기 낸 '누군가'가 되어서, 다른 누군가를 기다리지 않고 아무 두려움 없이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세상이 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