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는 건 고역이다

by 벽허

잠은 죽음이다. 자고 있을 때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낮의 생동감은 노을과 함께 달의 저편으로 부유하고, 죽음을 미루듯 잠을 미루려는 시도는 더 이상 올라가지 않는 쇼츠에 굴복된다. 울타리를 넘던 78번째 양은 표류된 난파선 갑판 위에서 들릴 듯 말 듯 메- 메- 구슬피 운다. 끝없는 바다의 수평선에 떠오르는 해는 내 방 침대에 올라 발끝부터 닿는다. 알람이 울리기 전 의식이 먼저 깬다.

들숨은 의식의 습작, 날숨은 의미의 걸작. 반쯤 뜬 눈 뒤편 망막에 얼굴 없는 배우들의 열연이 펼쳐진다. 머리가 다섯 마리의 뱀으로 뒤덮인 메두사의 눈과 마주치지 말 것. 굳어버린 몸은 밤의 경계병이다. 교대를 알리는 78번째 양은 아직 표류 중이다.


*해설

삶과 죽음을 의식과 잠의 관계로 대칭시키고 서서히 다가오는 밤의 시간에 유튜브 쇼츠를 보느라 늦게 잠드는 현대인을 표현했다. 몸은 피곤하지만 쉽게 잠들지 못하는 렘수면 상태의 선잠을 양의 울음소리로 상징하고, 바닷속 깊은 잠에 빠지지 못한 화자는 의식의 경계에서 둥둥 떠다닌다. 어김없이 모든 세상의 아침은 똑같이 시작되며 누워있는 상태에서 잠에서 깨어 의식이 먼저 든 상태로 첫 문단이 마무리된다.

두 번째 문단은 명확한 의식을 찾으려는 시도와 오늘 하루의 할 일과 만날 사람들을 흐리게 그려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다섯 마리의 뱀은 지금이 월요일 아침이며, 앞으로 펼쳐질 평일을 생각하는 직장인의 압박감을 나타내며 굳어버린 몸은 아직 비몽사몽 상태에서 완전히 깨지 못한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에 위치함을 나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