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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경 Nov 15. 2024

"나는 여름의 지구를 견디고 있었다"

테마는 블루


지구는 일곱 가지 색깔로 이별을 고한다 하늘을 우주라고 생각한다

빛과 빛은 서로를 누구보다도 꼼꼼하게 찾아내고

북극의 네가


내 눈앞에 있다

너의 공간은 겨울만이 존재했고

나는 여름의 지구를 견디고 있었다


얼음이 녹고 있다는 말과

사랑이 식어서 전해줄 것은 검은색이라는 말도

네가 선물이라고 건넨 언어는 내게 멀다


너에게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은 내가 사라질까 봐 두려워서다

나라는 지구가 너라는 행성을 견디지 못할까 봐

폭발은 우주를 이룰지라도


내 안으로 너의 손이 들어오고

나는 온몸으로 뜨거워진다

네가 녹아내릴 수 있도록 네가 흘러내릴 수 있도록

바닥으로 네가 흘러내릴 때

두 손 가득히 너를 들어 올릴 수 있도록


믿음을 식별하는 이야기는 신화에 불가하다 물은 언젠 가 증발할 것이고 잠깐의 대화만이 존재한다


누군가가 우리의 반대편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누군가가 우리의 반대편에서 세상을 호흡하고 있다

누군가가 우리의 반대편에서 저울질을 하고 있다


너라는 액체가 기체가 되고 있다

나라는 인간이

너와 멀어지고 있다


이별보다는 무늬라고 읽는다 독법은 우주를 닮아가고

새겨지고 있다고

전언할 뿐이다


김도경 시집 《숨과 숲의 거리》 수록 시 <테마는 블루>

https://www.youtube.com/watch?v=P4zS9URSVZw&t=949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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