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를 들키다

by neveres

내 남편은 거짓말에 재능이 없다. 정말 약에 쓸래도 없다.


몇 해 전엔가 명절날 점심 먹고 바로 일어나기로 다짐을 하고 시집에 갔을 때 남편은 누가 봐도 어색한 티를 팍팍 내면서 갑자기 눈이 오는데 차에 스노우 체인이 없어서 빨리 가야 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늘어놓기 시작했다. 스노우 체인이라니……. 안산에서 서울 가는 데 이 무슨 얼토당토않은 핑계란 말인가.


그가 나의 존재를 연애 초기에 들켜 버린 것도 그의 서투른 거짓말 때문이었다.


그 당시 남자 친구의 아버지가 팔을 다치셔서 병원에 입원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뭐라도 챙겨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퇴근길에 지하철을 중간에 내려 신세계 백화점 식품 코너에 들렸다. 신랑이 떡을 좋아하는 게 아버님 입맛을 닮지 않았나 싶어 병원 침대에서 드시기 좋게 고물이 덜 떨어지는 떡으로 조금 챙겨서 자기가 사 온걸 로 해서 드리라고 들려 보냈다.


그놈의 떡이 사단이 되어 우리의 연애는 들통이 났다.


남편이 세상 어색하게 아버지에게 떡을 내민 순간, 아버님은 막바로 “니가 이런 걸 사 올 녀석이 아니라”고 누가 줬냐고 추궁하셨고 ‘엄마한테는 비밀’을 조건으로 여자친구가 준거라고 실토를 했던 것이다.


아들인 그는 그 덧없는 약속을 왜 믿었을까? 그 부부에게 무슨 비밀이 있단 말인가?


아버님은 그날로 어머님께 이 ‘기쁜 소식’을 전해 버리셨고 어머님은 ‘할렐루야’를 외치는 마음으로 아들에게 여자친구를 만나게 해달라고 하셨다.


그렇게 남자친구의 어머니를 처음 만난 날, 누구보다 더 설레어하셨던 건 어머님이셨다. 수줍게 나에게 선물이라고 건네주신 작은 선물상자에는 자그마한 말발굽 모양의 펜던트가 달린 목걸이가 들어있었다. “행운의 상징이라고 하더라”는 말씀과 함께 건네주신 그 목걸이...... 어머님은 그걸 얼마나 정성스레 고르셨을까. 나는 아직 그 목걸이를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이제 나이 먹고 몸이 불어 더 이상 어울리지 않지만..... 귀하게 보관하고 가끔 꺼내어 본다. 이건 어머님이 내게 내어주신 첫 마음의 조각이다. 그건 어머님의 기대와 희망, 설레임과 기쁨이 오롯이 담긴, 나에게 건넨 첫인사였다.



그리고 얼마 후 남자친구의 어머니가 퇴근시간 근무하는 은행 지점 앞으로 찾아오셨다. 남자친구 없이 둘이 할 이야기가 있으시다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