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님이 더 편할 줄이야!

부장보다 어린 직원들을 대하기 어려운 현실

by 이호

올해 새롭게 사업을 맡게 되었다.

조그마한 사업인데 내 밑으로 3명의 직원이 배정되었다.


만년 과장인 나는 대리님들과 함께 일해보긴 했어도

내가 선두가 되어 직원들을 통솔해야 하는 역할은 처음이었다.


나이도 어리고, 직급도 나보다 낮은 직원들을 데리고

3주 정도 일해본 결과 한마디로 소감이 정리되었다.


"부장님이 더 편할 줄이야!!"


부장님 밑에서 일했을 때는

중요 결정도 부장님이 내려줘,

심기 불편한지 부장님만 확인하면 되고,

보고만 제때 하면 되었다.


'왕이 되려면 왕관의 무게를 버텨라'


하지만 내가 리더의 자리에 있게 되자,

왕관의 무게가 벌써부터 무거웠다.


리더의 자리는 무게가 있었다.

결정 내려야 할 것들은 시시각각 몰려왔다.

결재 올린 것도 다 검토해야 했다.


직원A의 보고문서를 보고, 어떻게 고쳐줘야 하는지

뭐라고 업무지시를 내려야 하는지 결정하기 어려웠다.


리더의 자리는 외로웠다.

젊은 직원들끼리 즐겁게 웃고 있다가,

내가 들어서면 가뭄에 땅이 갈라지듯

각자 자리로 가서 일하는 이 현실.


점심 시간에 매번 같이 커피 마시러 가고 싶지만,

그러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가 있었다.

직원들의 자유를 위해 나는 가끔 함께 하는 것으로 줄였다.

매번 함께 끼어서 놀고 싶었지만.


리더의 자리는 자기 검열이 필요했다.

"혹시 내 행동이 상처를 주는건 아닐까? 내가 말로만 듣던 꼰대가 아닐까?"


2017년에 세간의 화제가 됐던

문유석 판사의 칼럼

"전국의 부장님들께 감히 드리는 글"을 읽어보며

내가 꼰대는 아닐지 스스로를 살폈다.


주요 내용은

1. 저녁 회식 하지마라

2. 부하 직원의 실수를 알려주되, 잔소리를 덧붙이지 마라

3. 술자리에서 여직원을 은근슬쩍 만지고는 술 핑계 대지 마라

4. '우리 때는 말야'하지마라


내 행동에 일희일비하는 직원들을 보며,

칼럼도 오랜만에 다시 읽어봤다. 그만큼 행동을 조심하게 되었다.


어제 부장님께 보고할 일이 있었다.

어찌된 일인지 간만에 동네 이웃을 만난 것처럼 편한 마음이 들었다.


대리때 만나 이제는 부장으로 함께 나와 일하는 분이었다 .

부장님은 직원 15명의 리더로 자리 잡고 있으니,

더 고민이 많으셨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조그마한 자리지만 리더 역할을 해보니,

부장님께 섭섭했던 것들이 이제는 이해가 되었다.


"부장님, 저를 믿고 리더의 역할을 맡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장님의 고뇌가 이제야 이해가 되네요."


"직원분들 이 배가 2026년 순항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할게요"


나이가 들고, 연차가 쌓이다보니 상사가 더 편한 날이 오는구나!

이제 위를 이해하는 나이가 되었다니,

여러 생각이 드는 날이었다.